지난 2017년 12월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시 하소동 화재 현장. 이곳은 철거됐고, 문화공간이 새로 들어섰다. 오윤주 기자 |
“늦었지만 고맙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 29명의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천 화재 참사가 난 지 9년 만이다.
충북 제천시의회는 21일 35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유족의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박영기 의장이 대표 발의하고 여야의원 13명이 모두 참여한 터라 일찌감치 통과가 예견됐다.
조례는 목적, 정의, 위로금 지급대상, 위로금 심의위원회 설치·운영, 위로금 지급 등 희생자 유족 위로금 지급 근거를 담았다. 제천시는 올해 안에 위로금을 지급할 참이다.
이를 위해 제천시는 오는 3~4월께 위로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심의위는 위로금 지급 규모·시기 등을 정하는데 부시장·안전건설국장·제천시의원·변호사 등 11명 이내로 구성할 참이다. 이현심 제천시 시민안전과 주무관은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심의위 구성·운영 관련 예산을 세울 계획인데, 그 전에 심의위를 꾸릴 계획이다. 심의위에서 지급 대상·규모·시기 등을 정하면 예산을 편성해 올해 안에는 지급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감사와 아쉬움의 뜻을 밝혔다. 류건덕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표는 “충북도의회에서 두 차례 관련 조례가 무산되면서 아쉽고 야속했는데, 늦게나마 시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 고맙다. 위로를 통해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유가족 모두 너무 힘들었다. 가정이 무너진 뒤 잠을 자지 못하고 건강이 악화했으며, 경제가 파탄 나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이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제천 화재 참사 유족 위로금 지급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참사 이듬해인 2018년 유족 대책위와 충북도는 위로금 75억원 지급안에 합의했지만, 합의서에 ‘충북도 책임’ 명기 문제를 놓고 각을 세우다 끝내 결렬됐다. 이후 유족 대책위는 충북도를 상대로 손해배상(163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방(충북도)의 일부 과실은 인정되지만, 과실과 피해자 생존 사이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최종(대법원 상고심) 유족 패소 판결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2024년 2월15일 유족 대표, 제천시 등과 위로금 지급을 협약했다. 참사 6년 2개월 만이었다. 이후 충북도의회 여야 의원 22명(전체 62.8%)은 같은 해 8월16일 위로금 지급 근거가 될 제천 화재 사고 지원 조례안을 공동발의했지만, 상임위·본회의 과정에서 부결시켰다. 그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이 위로금 지원을 권고했지만 위로금 지급 근거가 될 조례 제정권을 쥔 도의회는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김 지사의 약속도 물거품이 됐다.
제천시는 충북도에도 제천 화재 참사 유족 지원을 요청할 참이다. 강준구 충북도 사회재난과 주무관은 “충북도의회에서 조례안이 거푸 부결되면서 위로금 지급 근거가 없다. 법제처 문의 결과 지급 근거가 없는 마당에서 위로금 지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2024년 2월15일 김영환 충북지사, 류건덕 제천화재 참사 유족 대표, 김창규 제천시장 등이 제천 화재 참사 유족 위로금 지급을 협약했다.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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