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시민들이 시내 곳곳에서 손팻말을 들고 장성광업소 폐갱도 수몰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장성광업소 수몰 반대 투쟁위원회 제공 |
“장성광업소는 수많은 이웃이 피눈물과 목숨을 바쳤던 산업현장으로 태백의 마지막 유산이고 자존심입니다. 갱도를 수몰할 것이라면 태백시민들도 함께 수몰시켜주십시오.”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에 식당을 운영 중인 상인 구자화(72)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석탄산업합리화 이후 정부는 온갖 대체산업을 약속하며 시민들이 헛된 희망을 갖게 하더니 그사이 태백 인구가 12만명에서 반의반 토막이 났다. 애초 약속대로 폐갱도에 대체산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 탄광으로 2024년 문 닫은 태백 장성광업소 폐갱도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폐갱도 수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정부는 ‘수위 복원은 장성광업소뿐 아니라 폐탄광에 대한 일반적인 조처’라며 맞서고 있다.
태백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7일 장성광업소 수몰 반대 투쟁위원회를 꾸리고 총력 투쟁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지역 곳곳에 폐갱도 수몰 반대 입장을 담은 펼침막을 내걸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서명운동과 강원도청·국회 항의 방문, 산업통상자원부 앞 상경 집회, 전국 폐광지역 연대 공동 투쟁 등 ‘태백시민 동의 없는 수몰 반대’ 주장이 수용될 때까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와함께 투쟁위는 주민 120여명의 서명을 받아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장성광업소 내 갱내수 배수와 정화시설 가동 중단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법적 투쟁도 시작했다.
태백시민들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 것은 폐갱도 처리 문제를 놓고 지역 사회와 협의를 진행해오던 정부가 최근 ‘폐갱도 배수작업 중단’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문윤기 장성광업소 수몰 반대 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장성광업소 수몰은 단순한 시설 정리나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태백 역사와 지역 공동체, 그리고 시민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십년간 국가 에너지 산업을 떠받쳐 온 태백은 폐광 이후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왔다.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 시내 곳곳에 장성광업소 폐갱도 수몰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린 모습. 장성광업소 수몰 반대 투쟁위원회 제공 |
주민들이 또 폐갱도 수몰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시설물을 그대로 둔 채 물을 채우면 갱내수에 따른 주변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윤기 집행위원장은 “갱도 안에는 석탄 운반을 위한 레일과 철제 기둥 등 다양한 철제 시설물이 있다. 앞서 폐광한 다른 지역을 보면 붉은 오염수가 그대로 흘러나오는 등 심각한 환경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광업소 폐갱도를 활용해 우주의학 실험 연구시설인 ‘드롭타워’ 조성을 추진 중인 태백시도 정부의 배수 작업 중단 결정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태백시 관계자는 “폐갱도를 활용한 대체산업 발굴·육성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때까지 수몰 시기를 조금만 더 연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쪽에서는 장성광업소 폐광 이후 충분한 시간을 기다렸다며 본격적인 폐광 복구에 나설 태세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은 ‘수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지하수 수위 복원’이다. 현재 갱도에 물이 차지 않도록 배수 작업하는데 연간 78억원이나 소요된다. 태백에서 마땅한 활용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배수 중단을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환경오염 우려에 대해서도 “선진국 등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폐갱도는 배수 작업을 중단해 물을 채우는 식으로 복구하고 있다. 갱내수는 지상의 정화시설을 통해 정화한 뒤 하천으로 방류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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