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고배 KB노조, 사외이사 추천 재도전?
국민연금 표심 변수… 하나-우리도 사정권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금융 당국이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받아온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제동을 걸면서 그간 번번이 무산됐던 ‘노조추천 사외이사제’ 카드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개선의 '키'를 쥐게 되면서 노조와 국민연금의 공조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금융 지주의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주주추천 사외이사 확대를 주문하는 만큼, 노조가 이번 주총을 경영 감시의 교두보를 확보할 '적기'로 판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이다.
두 곳은 신한·우리금융과 달리 현재 주주가 직접 추천한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다.
KB금융지주는 7명 중 2명(차은형, 김선엽) 사외이사를 제외한 5인(조화준, 여정성, 김성용, 최재홍, 이명활)의 사외이사가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상당수가 한 차례 이상 연임한 인사들이다.
과거였다면 현재 이사진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올해 말 연임을 앞두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하는 양종희 KB금융 회장 입장으로썬 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기존 이사진을 사수하기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끈질기게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해온 KB금융 노조가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된 상황이다.
KB금융 노조는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던 2017년부터 2023년 임경종 후보까지 총 6차례 도전을 했다. 모두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는 당국이 직접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표심이 강력한 우군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직접 통제하려는 ‘관치 논란’을 피하면서도, 지배구조 쇄신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과 2020년, KB금융 노조가 내세운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표를 던져 금융권을 긴장시킨 전례가 있다.
하나금융 역시 사외이사가 9명이지만 주주 추천으로 발탁된 이사는 없다. 올해 임기만료 예정인 사외이사는 8명(박동문, 이강원, 원숙연, 이준서, 주영섭, 이재술, 윤심, 이재민)이다. 이중 1연임 이상인 이사가 4명(박동문, 이강원, 원숙연, 이준서)이다. 박동문 이사와 이강원 이사는 3연임중으로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서영숙 이사는 내년 3월까지로 임기가 넉넉하다.
금융권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하나금융 노조가 당국 쇄신 기류를 타고 사외이사 추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KB금융이 8.40%, 하나금융이 8.77%다.
우리금융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7.88%(2025년 3분기 기준)로 최대 주주다. 그간 우리금융은 여러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가진 과점주주 체제로 운영되며 이사회의 안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당국이 이사회의 폐쇄성을 연일 질타하는 상황에서 우리사주조합이 노조와 손잡고 주주 제안에 나설 경우 사측이 이를 방어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조합장을 노조위원장이 추천하고 주요 임원을 직원 투표로 선출하는 등 노조의 영향력이 막강한 구조다. 결집된 우리사주 지분이 노조의 강력한 실력 행사 도구가 될 수 있다. 재일교포 주주라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한 신한금융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지방지주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BNK금융은 이달 30일까지 주주들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공개 추천받는 등 이사회 문턱을 낮추고 있다. DGB금융 역시 일찌감치 주주추천 제도를 도입해 이사회 구성의 투명성을 높여왔다.
다만, 노조추천 사외이사제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체계적인 검증 절차가 무력화되면서 이사회가 외부 세력의 입김에 휘둘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 측 인사가 경영에 직접 간섭하게 될 경우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염려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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