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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한덕수 23년형”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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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계엄, 국헌 문란 목적... 폭동에 해당”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사건 1심 재판부가 21일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12·3 비상계엄 선포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한 행위는 형법 87조가 규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며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이 계엄을 형법상 내란죄로 판결한 것은 처음이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변호인들과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서울중앙지법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변호인들과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서울중앙지법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국무위원 출석을 독촉해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데 기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엄 후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이행 방안을 협의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 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시킨 혐의도 있다. 특검은 작년 11월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의 최대 쟁점은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한 것을 넘어 헌법 질서를 무력으로 파괴하려는 목적과 실질적인 폭력 사태가 있었는지였다. 형법상 내란죄는 ‘국헌 문란’의 목적과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이 인정돼야 성립한다.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 등이 내린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와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된 것”이라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중앙선관위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고 압수 수색한 행위는 다수인이 결합해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에 해당한다”고 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선고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1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선고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계엄 국무회의 ‘외관’ 형성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못한 부작위 △국회·선관위 봉쇄 및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의 이행 방안 논의 등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격 영상 회의 방식으로 전 부처 국무위원을 모을 장치가 있었는데도 이를 제안하지 않았고 일부 장관만 선별 소집하는 데 관여했다”며 “의사정족수 충족을 위해 장관을 재촉하면서도 소집 이유를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당초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범행의 방조범으로 기소됐다. 그런데 재판부 요청에 따라 특검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그에게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단순히 범행을 도왔을 뿐 아니라 내란의 계획을 알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긴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내란죄에 방조범은 없다”며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형법상 내란죄는 애초에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 벌이는 범죄이기 때문에 외부 조력자가 있을 수 없고, 한 전 총리도 내란 집단의 내부자라는 해석이다. 한 전 총리 측은 공소장 변경이 위법하다고 반발했으나 재판부는 “범행 주체·시기·장소·구체적 행위가 동일하기 때문에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한덕수 전 총리가 선고 때 일어서 있다./서울중앙지법원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한덕수 전 총리가 선고 때 일어서 있다./서울중앙지법원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처음 듣고 대외 신인도와 경제 타격 등을 들어 만류했다고 주장해왔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도 “대통령을 설득해 계엄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국회의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 등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데 공감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 선포 전 별다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던 것은,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계엄 선포의 필요성·정당성에 동의해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것도 “헌법이 금지한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 검열”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계엄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헌법을 수호할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를 선택했다”며 “이로써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한 전 총리가 계엄 사태 이후 위법성 논란이 일자 계엄 선포문 표지를 뒤늦게 만들어 서명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수사가 시작되자 이 문서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계엄 해제 국무회의 심의를 지연시키고 국회 상황을 확인하면서 계엄 선포의 국회 통고 여부를 점검한 것이 내란 가담이라는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나왔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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