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역사상 최대의 산불이 일어난 경북 의성군 고운사 일대의 숲.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2025년 3월 경북 북부에서 일어난 산불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확산된 것은 소나무 등 침엽수와 간벌(솎아베기), 임도가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산림청의 숲가꾸기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21일 오전 불교·환경 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의 책임자였던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 간벌, 침엽수, 임도는 산불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고, 전체 산불 피해 면적은 11만6333헥타르(ha)로 조사됐다. 이것은 산림청이 발표한 9만9289헥타르보다 1만7044헥타르 더 큰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모두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다. 홍석환 교수팀 등 6개 연구팀은 공동으로 2025년 9월부터 1월까지 이번 산불이 난 경북 북부 1050곳을 직접 조사했다. 불교환경연대와 안동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이 주관했고, 파타고니아, 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 광역협의회 등이 후원했다. 이들은 오는 2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산불의 강도는 침엽수 비율이 높을수록, 솎아베기한 곳일수록, 식생 피복도(식물이 땅을 덮은 정도)가 낮을수록 높았다. 특히 침엽수와 피복도는 솎아베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솎아베기는 이번 산불의 강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홍 교수는 밝혔다. 솎아베기는 산림청의 주요 사업인 숲가꾸기의 핵심 요소다.
숲의 종류에 따라 교목 고사율(큰키나무가 타죽은 비율)은 큰 차이가 났다. 소나무 등 침엽수가 참나무 등 활엽수보다 훨씬 더 많이 타죽었다. 잣나무숲은 100%, 소나무숲은 78.5%, 리기다소나무숲은 65.8%의 큰키나무가 수관화(나무머리불)까지 번져 타죽었다. 반면, 대부분 자생한 참나무숲은 지표화(땅겉불)에 그쳐 큰키나무가 타죽은 비율이 낮았다. 신갈나무숲은 29.4%, 상수리나무숲은 25.0%, 졸참나무숲은 20.8%, 굴참나무숲은 16.2%였다.
2025년 3월 역사상 최대의 산불이 일어난 경북 의성군의 한 소나무숲이 까맣게 탔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2025년 3월 역사상 최대의 산불이 일어난 경북 의성군의 한 참나무숲이 나무 아래쪽만 그을린 채 살아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솎아베기 여부에 따라서도 큰키나무가 타죽은 비율은 큰 차이가 났다. 솎아베기한 숲은 62.4%로 안한 숲(18.0%)보다 3.5배나 더 높았다. 숲의 종류에 따라 보면, 침엽수림은 솎아베기한 경우 54.2%, 안한 경우 4.9%가 타죽었다. 그러나 혼합림은 솎아베기한 경우 20.6%, 안한 경우 8.1%, 활엽수림은 솎아베기한 경우 4.5%, 안한 경우 1.2%가 타죽었다. 솎아베기한 지역이 하지 않은 지역보다 2~10배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불을 막아주는 아교목(중간키나무)를 솎아베기한 침엽수림은 타죽은 비율이 솎아베기하지 않은 침엽수림보다 10배가량 더 높았다.
이밖에 숲이 오래돼 굵고 키가 큰 나무가 많을수록, 숲이 빽빽할수록, 도로나 임도와 멀수록 산불 강도는 약했다. 다시 말해 산림청의 지원에 따라 모두베기나 솎아베기한 숲, 임도를 놓은 숲이 산불에 더 취약했다는 뜻이다. 지형으로 보면, 계곡이 산불 강도가 비교적 낮았고, 능선은 산불 강도가 높았다. 경사지는 그 중간이었다. 또 산의 고도가 낮을수록 산불 강도는 높아졌다.
홍석환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산림청의 주요 사업인 숲가꾸기에 따른 간벌(솎아베기), 송이 농사를 위한 침엽수림 조성, 임도 조성 등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산불의 확산을 줄이려면 활엽수림으로의 자연 천이를 산림청의 사업으로 막아선 안 된다. 되도록 숲을 자연 상태로 둬야 숲의 밀도와 습도가 높아져 산불이 덜 확산된다. 이제 숲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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