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 이사장)가 15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최근 tvN 12부작 드라마 ‘프로보노’가 마지막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방송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보이며 드라마가 화제에 오르면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프로보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졌다. 프로보노란 라틴어 문구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의 약어로,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제14회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상한 임성택(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한국의 법조계에 프로보노 문화를 뿌리 내리고 변호사 공익활동의 저변을 넓힌 선구자로 꼽힌다. 지평의 창립 멤버이자 최근까지도 대표변호사를 맡았던 임 변호사는 부동산·공공정책·북한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법조인이다. 이른바 대형로펌에서 변호사 본연의 업무로 두각을 나타내는 동시에 장애인·사회복지·사회적기업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법 활동 조성에도 기여해 왔다.
그는 지난 2000년 국내 대형로펌 가운데 최초로 공익활동 기구인 ‘공익위원회’를 지평에 설치하고, 2014년에는 비영리 사단법인 공익법단체 ‘두루’ 설립을 주도했다. 2016년에는 국내 대형로펌 12곳이 참여하는 ‘로펌공익네트워크’ 창립을 이끌기도 했다. 변호사 개인의 선행에 기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공익활동을 로펌의 집단적 문화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법조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초동’에서는 ‘우리 돈 벌기도 힘든데 공익활동을 왜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들을 한다”며 “공익활동을 ‘리걸 듀티’로 인식하고 접근하다 보니 그런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익활동을 단순히 변호사 개인의 보람이나 법률상 의무로만 인식하지 말고, 자신의 삶과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더 많은 변호사들이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을 해 나가기 위해선 기업 등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깊이 있는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로펌이 많아지면 한국 사회의 사법 접근성이 확대되고 사회적 약자의 지위도 높아질 것”이라며 “그것이 법률 산업에 경쟁력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지난 8일 변협 14회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상했다. 소감 한말씀 부탁드린다.
▶우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상금이 1000만원인데 적지 않은 금액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수상자로) 추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제가 한사코 안 하겠다고 하면 (추천을) 못 한다. 그런데 비영리단체는 늘 재정이 어렵지 않나. 제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익법단체 두루에 기부해서 재정에 보탬이 되려는 사심이 있었다.(웃음) 그동안 공익대상은 이른바 ‘공변’들, 최근에 프로보노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공익 전담 변호사들이 많이 받았다. 로펌의 경영대표까지 한 저 같은 사람은 아마 (수상이) 처음일 텐데,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공익활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변호사로서 공익활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 변호사를 처음 시작할 때 로펌행을 선택했지만, 회사 일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의무감으로, ‘이건 나의 사회적 책무다’라는 생각으로 공익활동을 시작했다. 제가 가진 시간 전체의 10%를 할애해서 프로보노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처음에는 후회도 많이 했다. 1년차 변호사 때 매주 토요일마다 청각장애인 복지회에서 수어로 하는 법률 상담을 했는데, 왕복 2시간에 상담 2시간을 하니까 4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만큼 야근을 해야했고 ‘이거 괜히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상담을 10년 동안 했다. 상담을 하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도와주러 간 제가 오히려 위로와 도움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점점 의무감이 아니라 기꺼이 하고 싶은 일이 됐다. 사람의 삶, 재산, 권리를 다루는 변호사의 일에 있어서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 공익활동에 쓰는 시간의 비중도 10%에서 점점 더 늘어나게 됐다.
-지평 ‘공익위원회’와 공익법단체 ‘두루’를 만들고, 대형로펌들이 참여하는 ‘로펌공익네트워크’ 창립을 주도했다.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지평 공익위원회는 2000년 4월 국내 로펌 중 최초로 만들어졌다. 그 전까지는 로펌들이 프로보노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지만, 지평은 설립될 때부터 공익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평에서 공익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로펌들 간의 선의의 경쟁 구도가 생겼고, 사회적인 요구도 로펌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로펌 기반 공익법단체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2009년에 재단법인 ‘동천’을 가장 먼저 만들었고, 지평은 그로부터 5년 후인 2014년에 ‘두루’를 설립했다. 두루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의 한계가 있었지만 지평 내부에선 열심히 하자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그 결과 두루에는 현재 11명의 변호사가 있다. 다른 단체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익법단체들이 참고하며 따라올 수 있는 모델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공익활동이 활성화되려면 로펌들 간의 정보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해서 2016년에 로펌공익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네트워크 출범 이후 각 로펌의 공익법인 설립이 확산됐다. 로펌 기반 공익법인에 상근하는 공익변호사 수도 늘어났다. 네트워크 출범 당시 15명에서 현재는 40명으로 증가했다. 요즘 대형 로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프로보노가 메인 코너에 배치돼 있다.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몇몇 로펌만 열심히 해서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영미권 로펌들은 공익활동을 정말 많이 하는 반면, 한국의 로펌은 공익활동 평균 시간이 ‘의무시간’인 20시간을 넘지 않는 곳이 다수인 상황이다. 연간 공익활동 시간을 공개하는 로펌도 그 수가 적다. 해외에는 100시간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는 곳들도 많다. 미국 로펌은 보통 60시간이 넘는다. 한국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접근권(이동권)을 ‘기본권’으로 확인하면서, 이 판결에 기여한 공익법단체 두루의 ‘모두의1층’ 프로젝트도 큰 주목을 받았다.
▶ 두루는 국내 최대 공익법단체다. 초대 이사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하셨고, 제가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변호사가 한 두 명 있는 단체는 코디네이터 역할밖에 할 수 없는 반면 두루는 독자적인 사업을 왕성하게 한다. 여러 아젠다를 정해서 프로젝트 단위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제가 프로보노를 하면서 한계가 있다. 누군가를 돕는 걸로 시작은 하는데,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명의 피해자를 지원해 준다고 해서 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이게 지속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팩트 지향 조직’을 천명했다.
두루가 했던 일들 중에서 주제를 몇 개 정해서 프로젝트화 했다. 그 중 하나가 ‘모두의1층’이다. 유아차, 휠체어,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 등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변론과 소송을 넘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필요했고, 경사로를 만들어서 파는 곳이 돈을 벌 시장도 있어야 했다. 공중이용 시설도 경사로가 깔려서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하고, 경사로가 있는 가게들은 손님들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사회·문화의 변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공익단체들이 ‘피해자 몇 명을 도왔다’는 식의 접근을 해왔다면, 두루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을 한다.
-두루가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도 소개한다면.
▶2022년부터 두루-삼성생명-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하고 있는 ‘온 마을 Law’를 소개하고 싶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으로 이름을 만든 이 프로젝트는 폭력과 유기 등 인권침해 위기에 놓인 아동들이 적시에 필요한 법적 보호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 관련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아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돕는 옹호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아동 관련 활동을 하는 변호사 수가 매우 적다. 그 이유는 어른들을 의뢰인으로 하는 것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 돈은 안 되고, 스트레스는 많고, 또 아동 감수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온 마을 Law에서는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는 전문 변호사들을 양성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건 그동안 기업과 로펌, 공익단체가 공동으로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이렇게 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함께 아동의 권리 보호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활동에 있어서 기업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 혼자서 공익활동을 하는 건 한계가 있다. 변호사 전체, 공익 변호사 생태계, 로펌 생태계가 잘 돌아가야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지속 가능성은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화두다.
-로펌이 사회적 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익활동을 몸소 실천해왔다. 이런 활동들이 로펌 생태계를 포함한 법조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 전망하는지.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은 우리 사회의 사법 접근성과 직결된다. 돈이 없거나 법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국가의 법률 구조 체계 아래에만 있게 되는데, 자원도 많고 전문성도 있는 로펌들이 나서준다면 굉장히 큰 사회적 순기능이 일어나게 된다. 한국의 로펌들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나. 공익활동에 대한 홍보는 휘황찬란하게 하고 있지만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가,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펌들이 공익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을 하고 있고, 각자 외관을 갖추는 단계까지는 온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률상의 공익활동 의무 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1년에 20시간은 한 달에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다. 아주 과도한 의무도 아닌데 이걸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깊이 있는 활동을 하는 로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국 사회의 사법 접근성과 사회적 약자의 지위는 높아질 것이다. 저는 그것이 법률 산업에 경쟁력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않고 어떻게 로펌이 시장을 넓혀갈 수 있겠나. 기업들이 ESG를 하는 이유는 마냥 착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경영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로펌도 마찬가지다. 공익활동은 로펌이 신뢰를 얻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양근혁·안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