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부동산은 본래 소유의 영역이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는 공급자의 논리가 수십 년간 이 시장을 지배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부동산은 경제이자 종교이면서 신화이며, 동시에 우리의 관념을 지배한 욕망의 원천이다.
그 탄탄한 콘크리트 장벽에 신선한 사용의 논리, 나아가 유연한 서비스의 개념을 덧입혀 프레임에 균열을 내는 기업이 있다.
업무 환경의 진화에 주목하며 '단순하게 책상을 빌려주는 임대업'을 초월해 '공간을 소프트웨어처럼 구독하고 소비하는 클라우드(Cloud)의 영역'으로 치환하는 연금술사의 후계자. 글로벌 공유오피스 공룡 위워크의 추락이라는 시장의 냉소와 고금리라는 부동산 한파를 뚫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흑자 전환이라는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다.
그 탄탄한 콘크리트 장벽에 신선한 사용의 논리, 나아가 유연한 서비스의 개념을 덧입혀 프레임에 균열을 내는 기업이 있다.
업무 환경의 진화에 주목하며 '단순하게 책상을 빌려주는 임대업'을 초월해 '공간을 소프트웨어처럼 구독하고 소비하는 클라우드(Cloud)의 영역'으로 치환하는 연금술사의 후계자. 글로벌 공유오피스 공룡 위워크의 추락이라는 시장의 냉소와 고금리라는 부동산 한파를 뚫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흑자 전환이라는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다.
혹자는 공유오피스의 종말을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무너지는 시장의 파편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본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20일 서울 삼성동 패스트파이브 4호점에서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를 만났다.
공급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파괴… 클라우드 오피스로의 진화
김대일 대표는 패스트파이브의 정체성에 주목, 부동산의 개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창업한 후 보내온 11년의 시간을 두고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던 부동산 시장의 문법을 철저히 고객 관점으로 비틀어 온 시간'으로 정의했다.
김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며 건물을 지어 분양하고 임대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불편함은 당연시됐다"며 "우리가 오피스를 구할 때를 생각해보라. 3년 혹은 5년의 장기 계약, 높은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은 오로지 건물주의 편의를 위한 장치들"이라 말했다.
패스트파이브는 이를 고객의 관점에서 혁신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이 지점에서 소프트웨어가 위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대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사스(SaaS) 시대로 넘어온 것과 오피스 시장의 변화가 동일하다"면서 "단순히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기존 부동산의 문법에 갇혀있는 것이며 이제는 사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공유오피스 시장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공유오피스를 '워크스페이스 애즈 어 서비스(Workspace as a Service)'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과거에는 윈도우를 설치하기 위해 한 시간씩 씨름해야 했다면 지금은 접속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1인실이든 10인실이든 노트북만 가져오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공간의 클라우드화"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패스트파이브가 단순한 임대업자가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불리길 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가 '패스트파이브는 더 이상 공유오피스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이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관점을 충족시키는 로드맵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는 "10년간 운영하며 고객들의 니즈가 단순히 책상을 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음을 목격했다"며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거점 오피스, 심지어 정부 기관 산하 협회 소속 작가들이 전국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제 우리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공간을 제공하는 유연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언급한 작가 협회의 사례는 패스트파이브가 지향하는 '클라우드 오피스'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협회 소속 작가 수천 명에게 일할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수도권은 우리 지점으로 커버가 되지만 지방은 불가능했다"며 "우리가 한 달 만에 부산 등 주요 지방 도시의 공유오피스와 제휴를 맺어 인프라를 구축했다. 작가들은 어디서든 패스트파이브 시스템을 통해 일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 클라우드처럼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공간 대여를 넘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유연하고 확장적인, 그 끝에서 스트리밍에 기반을 둔 클라우드 오피스 전성시대다.
워런 버핏의 시즈 캔디, 자산 경량화의 묘수
패스트파이브는 2024년 매출 1300억 원, 영업이익 54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위워크의 실패와 더불어 공유오피스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얻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대단한 비결은 없다"고 겸손해하면서도 필수재로서의 오피스 수요와 구조적 효율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먼저 수요 콘트롤의 마법이다. 김 대표는 "오피스는 기업 활동의 필수재며 경기가 어려워도 일하는 공간은 필요하다"며 "호황기에는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주 고객이었다면 불황기에는 비용 효율화를 원하는 기업이나 창업 수요가 그 자리를 채운다. 우리는 이런 수요의 변화에 맞춰 비용 구조를 효율화했고 이익률을 개선해 왔다"고 밝혔다.
불황이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그의 설명은 역설적이지만 명쾌하다.
그는 "불황일 때 회사가 쪼개지거나 창업을 하는 수요가 늘어난다. 대기업들도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거점 오피스를 찾는다"며 "경기가 나쁘다고 출근하는 사람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의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규 지점 확장의 방식 변화다.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신규 지점의 절반 이상을 직접 임차가 아닌 위탁 운영(Building Solution) 방식으로 오픈하고 있다. 이는 건물을 직접 빌려 재임대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건물주와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이 전략의 영감을 워런 버핏에게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시즈 캔디'라는 회사를 보며 무릎을 쳤다. 매출이 늘어나는데 대규모 자본 투자(CAPEX)가 들어가지 않는 구조,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내용이었다"며 "지점을 낼 때마다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우리는 호텔 산업이 소유에서 위탁 운영으로 진화한 것처럼 브랜드 파워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맺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현재 계약하는 10곳 중 9곳이 위탁 운영 방식일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건물주들은 공실 리스크를 덜고 패스트파이브는 초기 투자 비용 없이 지점을 확장할 수 있다. 임대료가 고정되지 않고 매출에 연동되기에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 헤징(Risk Hedging)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김 대표는 "콧대 높던 건물주들이 이제는 먼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며 입점을 제안할 정도"라며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제 패스트파이브가 운영하면 수익이 난다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건물주들에게 가장 대접받는 임차인이자 파트너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건물을 소유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건물주들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맺고 시장을 바꿀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간(X축)과 솔루션(Y축)의 결합, 락인 효과의 완성
패스트파이브의 진화는 공간 확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사업 구조를 X축과 Y축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회사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X축이 기업 규모에 따른 공간 서비스라면 Y축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IT, 인테리어 등 B2B 솔루션이다.
김 대표는 "지점을 60여 개 늘리다 보니 우리가 내부적으로 잘하게 된 역량들이 생겼다. 바로 인테리어와 IT 인프라 구축"이라며 "처음에는 입주사들의 요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파이브클라우드(IT), 하이픈디자인(인테리어), 파워드바이패파(사옥 구축) 등의 신사업으로 독립해 연매출 수백억 원을 올리는 효자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IT 솔루션 사업인 파이브클라우드의 성장은 눈부시다. 클라우드부터 기간 인터넷 구축가지 진행하는 사업이며 메가존클라우드 같은 대형 MSP(관리형 서비스 제공사)들이 대기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패스트파이브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시장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입주사들 중에 유튜버나 소규모 스타트업인데 클라우드 비용을 월 2~3000만 원씩 쓰는 곳들이 있었다. 전문 IT 조직이 없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컨설팅을 통해 비용을 10분의 1로 줄여주자 입소문이 났다. 이제는 IT 솔루션 매출의 80~90%가 입주사가 아닌 외부 기업에서 발생한다"고 자신했다. 입주사로 인연을 맺은 스타트업들의 과도한 클라우드 비용 지불을 줄여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것이, 이제는 어엿한 패스트파이브의 수익 사업으로 발전한 셈이다.
김 대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로부터 베스트 파트너 상을 받을 정도로 IT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며 "단순한 공간 임대업을 넘어 종합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IT 사업부문만으로도 1000억 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시사했다.
이러한 신사업들은 기존 공간 비즈니스와 강력한 시너지, 즉 락인(Lock-in) 효과도 만들어낸다. 패스트파이브 공간을 떠나더라도 IT 솔루션은 계속 사용하게 되고 이는 다시 패스트파이브의 생태계로 돌아오게 만드는 연결고리가 된다. 김 대표는 "공간 대여 사업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며 "패스트파이브는 입주사를 위한 인테리어 제공은 물론 클라우드 제공 사업까지 진행하며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유연한 인프라 활용을 통한 고객 눈높이 맞춤과 맥이 같다.
AI 시대의 공간, 생산성과 스토리텔링의 결합
김 대표는 다가올 AI 시대의 업무 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아니, 패스트파이브에게는 현실이다. 그 연장선에서 김 대표는 결국 모든 변화가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과거 광고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AI를 활용해 소수의 인원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시대"라며 "산업의 생산성 혁명에 맞춰 일하는 공간도 변해야 한다. 단순 반복 업무가 AI로 대체될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창의성(Creative)이다. 공간은 이제 단순한 사무실을 넘어 영감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가 최근 오픈하는 지점들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준비 중인 언주역 인근 지점의 콘셉트 기획 과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디자인팀과 회의를 하는데 '테일러'와 '호텔'이라는 키워드를 뽑아왔더라. 대기업과 협업하는 세련된 스타트업 대표의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공간을 기획한 것"이라며 "단순히 예쁜 인테리어를 넘어 공간에 명확한 의도와 스토리텔링을 담으려 노력한다. 호텔의 오브제와 테일러숍의 라운지를 결합해 이용자에게 창의적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흑백요리사에서 요리의 의도가 중요하듯 공간 디자인에도 기획자의 의도와 스토리가 담겨야 이용자에게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다"며 "공유오피스는 다 비슷하다는 편견을 깨고 지점마다 고유의 서사를 부여하는 작업이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한편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주관사를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으로 재편하고 코스피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첫 도전 당시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던 아픔이 있지만 김 대표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첫 도전 당시 시장의 의구심은 명확했다. 공유오피스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가, 단순 전대업(재임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흑자 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증명했고 단순 임대를 넘어선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시장에 보여주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 1위다"라고 말했다.
물론 위워크 파산 등으로 인한 시장의 막연한 우려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투자자와 시장의 기대치를 맞추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장의 임직원들은 우리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만,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은 아직 과거의 위워크 사태 잔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의 실적과 성장세, 그리고 위탁 운영과 신사업을 통해 증명한 변화된 에퀴티 스토리(Equity Story)로 그 간극을 메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아가 "멀지 않은 시점에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될 것"이라며 "단순한 상장 흥행을 넘어 패스트파이브가 가진 진짜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패스트파이브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올리브영과 다이소, 스타벅스를 언급했다. 모두 1호점에서 시작해 지금은 우리 삶의 표준이 된 브랜드들이다.
김 대표는 "초창기 멤버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올리브영도 다이소도 모두 1호점이 있었다"라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된 브랜드들처럼 패스트파이브도 일하는 공간의 표준이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패스트파이브를 만날 수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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