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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만으로 '기술'을 넘을 수 없다...뼈아픈 '한일 축구 역전' 현실 [박순규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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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2026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전 한국, 두 살 어린 일본에 0-1 패배 의미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0일 일본과 2026 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두 살 어린 일본선수들을 상대로 한국은 개인기와 조직력, 경기운영에서 모두 밀려 한국과 일본의 격차를 실감케 했다./제다=KFA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0일 일본과 2026 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두 살 어린 일본선수들을 상대로 한국은 개인기와 조직력, 경기운영에서 모두 밀려 한국과 일본의 격차를 실감케 했다./제다=KFA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기대했던 한 방은 끝내 터지지 않았고, 우려했던 기술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하늘 아래,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현실 자각 타임(현타)'을 강제당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이 20일 일본과의 2026 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스코어 차이는 단 한 골이었지만, 경기 내용이 시사하는 바는 묵직했다. 상대는 2028 LA 올림픽을 겨냥해 꾸린 '두 살 어린' U21 주축의 일본 대표팀이었다.

형님 격인 한국이 아우 격인 일본의 유려한 패스워크와 조직력 앞에서 허둥대는 모습은 한국 축구가 마주한 서글픈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은 평균연령 22.8세, 일본은 20.9세였지만 이날 경기 운영을 보면 마치 나이가 서로 바뀐 듯했다.

'투지'라는 낡은 방패, '기술'이라는 예리한 창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지탱해 온 것은 '투지'였다.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한 발 더 뛰고 몸을 던지는 투쟁심으로 일본의 기술 축구를 억누르곤 했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한일전 특유의 정신무장은 전력 차를 메우는 가장 큰 무기였다.

하지만 20일 제다에서 목격한 현실은 달랐다. 한국 선수들의 투지는 여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본의 정교한 '시스템'을 파괴할 수 없었다. 오이와 고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은 개인기와 조직력, 전술적 유연함에서 모두 한국을 앞섰다.

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내준 결승골은 집중력 싸움에서 밀린 결과였고, 김용학의 헤더와 강성진의 발리슛이 일본 골키퍼 아라키 루이의 선방에 막힌 것은 결정력의 부재라기보다는, 골문을 열기까지의 과정(빌드업)이 일본만큼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지는 기술이 대등할 때 승패를 가르는 '알파(α)'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투지만 강조하는 것은 전술적 빈곤을 감추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시스템의 승리 vs 인물의 의존

최근 성인 대표팀(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한일전 연패 사슬이 이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스템의 차이'에 있다.

일본은 지난 20년 넘게 'J리그의 백년 구상' 아래 유소년부터 성인팀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축구 철학을 심어왔다.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일본 축구 특유의 패스 게임과 점유율 축구는 유지된다. 이번 대회에 두 살 어린 선수들을 내보낸 것 역시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과 경험 축적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자신감과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시스템'보다 '인물'에 의존해 왔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걸출한 '황금 세대'의 개인 기량에 기대어 성과를 냈지만, 이들이 빠지거나 막혔을 때 이를 받쳐줄 전술적 플랜 B와 유기적인 조직력은 빈약했다. 유소년 시스템은 여전히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있고, 협회의 행정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당장의 여론 무마에 급급한 인상이다.

인정하고, 배워야 넘을 수 있다

이번 패배로 한국은 일본과의 U23 상대 전적에서 8승 4무 7패를 기록하며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제 "일본은 기술, 한국은 체력과 정신력"이라는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다. 현대 축구에서 기술 없는 체력은 공허한 뜀박질일 뿐이다.

오는 24일 베트남과 치를 3~4위전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패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깨닫느냐다. 일본 축구가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는 '역전 현상'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투지라는 정신적 마취제에서 깨어나, 유소년 육성 시스템부터 대표팀 운영 철학까지 밑바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 U23 대표팀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이것이 단지 연령별 대표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최근 겪고 있는 답답한 흐름과 이민성호의 패배는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손흥민, 이강인이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침묵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팀 전술'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가? 제다에서의 패배는 한국 축구 전체를 향해 '개인의 기량에 기댄 축구는 유통기한이 끝났다'고 경고하고 있다.

두 살 어린 일본 선수들에게 밀린 기술과 조직력. 그것을 투지로 포장하며 위안 삼는다면, 한국 축구의 '도하의 기적'이나 '4강 신화'는 박물관에 박제된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아프지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저녁의 황금시간대를 투자해 응원했던 팬들에게 남은 건 패배의 쓴맛보다 '격차'를 확인한 허탈감이었다. 투지는 실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빛나는 법이다. 이제는 낡은 '정신력'을 외치기 전에, 일본이 쌓아올린 견고한 '시스템'을 두려워하고 배워야 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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