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LSRF 노동·안전법제포럼 1월 초청강연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작업장을 함께 쓰는 구조에서는 노사관계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고, 지금 단계에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파급력을 되돌리거나 피해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법 제도와 현장 간 괴리가 크다는 것이죠. 기업으로서는 불법파견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노동·안전법제포럼’에서 “개정 노조법은 원청을 무조건 사용자로 보는 법이 아니라, 하청 근로조건을 실제로 좌우하는 경우에 한해 책임을 묻는 구조다. 올해 노사관계의 판이 크게 바뀌는 변곡점에 들어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법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근로복지공단 비상임이사, 노사정위원회 위원, 고용보험위원회 위원을 거쳐 현재 17년째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다. 노동법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 분쟁 조정과 제도 해석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로 노동정책 변화에 대한 분석과 제언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에 따르면 원청은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직접 정하지 않더라도, 노동안전 분야에서 작업공정과 안전절차를 ‘구조적으로 통제’했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전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건설·제조 현장처럼 원·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하청업체 혼자서는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안전설비를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원청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노동안전은 계약 관계보다 현장의 지배 구조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며 “사내하청처럼 작업 공정이 얽혀 있는 구조에서는 원청의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 해석지침 핵심 정리 |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에서 정의하는 ‘사용자의 범위’를 기업이 부담을 가중 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원청은 사고를 막기 위해 더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 안팎에서는 ‘이 같은 개입이 불법파견 판단의 단서로 비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노동안전 교섭에 응하고 합의를 이행했다고 해서 파견법상 불법파견 징표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까지 지침에 담았지만, 법원이 이를 그대로 받아줄지는 별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안전 점검으로 들어갔다가 작업 지시로 번지는 순간, ‘지휘·감독’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판결 흐름도 이런 논쟁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면세점이 입점 업체 노조의 영업시간 변경, 휴무일 지정, 휴게시설 개선 요구 등에 대해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교섭 절차도 기업에는 부담 요인이다. 원청이 교섭요구 공고를 하지 않으면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는 최장 20일 안에 특정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직권 판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원청이 불복해 재심·소송을 가더라도 결정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 구조다. 박 교수는 “사용자 지위는 임금협상과 차원이 다른 중대한 권리 분쟁인데, 다툴 틈 없이 교섭이 진행돼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LSRF 노동·안전법제포럼 1월 초청강연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아울러 박 교수는 또 다른 쟁점 요소로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꼽았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분쟁 대상으로 열어두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경영권과 노동3권이 충돌하는 지점”이라며 “합병·분할·매각 같은 조직변동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배치전환이 발생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도급계약 해지 반대나 공급망 변경 반대를 요구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원청의 핵심 경영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가장 큰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박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하청업체가 여러 개인 상황에서 개별 교섭을 허용할지, 단일 창구로 묶을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며 “교섭단위 분리가 확대되면 하청뿐 아니라 원청 내부의 교섭 질서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관세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마저 불안정해질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산업 경쟁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