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선 꽤 흥미로운 실증사업을 추진했다.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라는 걸 지정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안전성을 평가해 개조전기차의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2025년이면 개조전기차를 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제로다. 왜일까. 여기엔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란 함정이 숨어 있다.
지난해 11월 10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심의ㆍ의결했다. NDC는 5년마다 수립하는 '향후 10년간의 온실가스감축계획'인데, 정부는 당정 합의를 통해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7억4230만tㆍ순배출량 기준)보다 53~61% 감축하는 방향으로 NDC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3억9340만톤(t)에서 최대 4억5280만t까지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뭘까. 분야별 국가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가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에너지산업이 35.6%로 가장 높았다. 그 외 제조ㆍ건설업이 19.4%, 산업공정ㆍ제품사용이 18.1%, 수송이 13.6%였다. 나머지는 기타 연료연소(7.6%), 농업(3.2%), 폐기물(2.5%) 등에서 배출됐다.
이재명 정부는 전력 분야에서 재생에너지발전 확대와 석탄발전 단계적 폐쇄를 추진하고, 산업 분야에서 각 공정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건물 분야에선 제로에너지건축을 확산하고, 수송 분야에선 전기ㆍ수소차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쉽게 말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거다.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건 수송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전략이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침은 분명 바람직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확 줄였던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원 예산도 늘렸다. 지원 예산은 2023년 1조9180억원에서 2025년 1조5058억원까지 줄었는데, 2026년에는 이보다 6.0% 늘어난 1조5954억원을 책정했다. 시장에 가성비 좋은 신형 전기차가 많아진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럼 이런 정부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기차 보급량의 확산을 막는 걸림돌이 적지 않아서다. 여전히 전기차 가격은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1.5배 높은 수준이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용자들의 불만도 차고 넘친다. 겨울철 배터리 기능 저하 논란이나 전기차 화재사고 등으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공포)'도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전기차 보급 확산은 쉽지 않다.
정부 정책도 영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아직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이들 중엔 하이브리드차를 고려하는 경우도 많은데, 되레 정책은 이들이 내연기관차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분명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데도 전기차를 선택해야만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환경을 고려해 내연기관차를 구매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전기차를 선택하고 싶지도 않은 이들을 위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제조사 입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는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으로 보고 마케팅에도 소극적이다. 당초 전기차 보급 확산의 목표가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매보조금 예산만 늘리면 알아서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고, 온실가스가 줄어들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기차 개조 산업을 육성해 무공해 자동차 보급을 늘리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 전기차 개조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외부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엔진과 변속기를 빼고 그 자리에 배터리와 모터를 넣어 내부를 바꾸는 작업이다. 이를 산업으로 키우면 장점이 많다.
우선 클래식카를 대상으로 하면 낡은 자동차의 폐기와 새로운 무공해차의 보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게다가 개조는 개별 기술자의 경험치나 능력에 따라 소비자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산업이다. 또한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이미 5~6년 전부터 전기차 개조 산업이 '친환경 튜닝산업'으로 인식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부 주州에선 내연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면 보조금도 지급한다. 전기차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은 매년 200~400대의 예약을 받고 있을 정도로 일감이 밀려드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2022년 8월 전라남도 일부 지역을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실증사업을 추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평균 개조비용(약 185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500만원 이내)으로 개조를 할 수 있도록 개조전기차에 충분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당시 언론에선 "이르면 2025년쯤 개조전기차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3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정식 번호판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개조전기차는 전무하다. 전기차 개조 산업 논의가 꽤 일찍부터 있었음에도 별 진전이 없다는 얘기다.
이유는 어쩌면 간단하다. 안전성을 명분으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게 문제다. 인증 절차는 너무나 복잡하고, 담당 업무는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조금 지급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연구개발은 산업통상부, 인증ㆍ보급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 식이다. 이래서는 진전이 있을 리가 없다.
언급했듯 정부가 고려해야 할 건 단순히 전기ㆍ수소차 보급 확산이 아니다. 전기ㆍ수소차 보급 확산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다. 새로운 NDC 의결에 따라 목표치는 상향 조정됐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보조금을 일부 지급하거나 전기차 개조 산업을 육성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나아가 전기차 개조 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기ㆍ수소차 보급에만 몰두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생각만 바꾸면 답이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