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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호가가 겁난다"…日 재정 불안·美 관세 압박에 금융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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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기자]
엔화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시장의 위험 내성의 척도로 보기 때문이다. 출처= Live Trading

엔화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시장의 위험 내성의 척도로 보기 때문이다. 출처= Live Trading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 기조가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자극하며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대상 관세 압박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셀 아메리카'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20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초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등 채권·외환·주식시장이 동반 불안 양상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 갈등이 격화 조짐을 보이자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됐다.

◆ 다카이치 내각 감세 공약에 日 국채 매도 쏟아져

일본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7년 발행 이래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다카이치 총리가 다음달 조기 총선을 선언한 가운데, 여야를 가리지 않은 경기 부양책이 일본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한 결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4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일 6bp(1bp=0.01%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4%를 돌파했다. 20년 만기 국채 금리도 9.5bp 올라 3.35%를 기록했다. 전날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과 함께 2년간 식료품 소비세 면제를 공약한 것이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중도개혁연합 역시 식료품 소비세 영구 면제를 내세우면서 정치권 전반의 감세 경쟁이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국채 발행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자 채권 매도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확장 재정을 기치로 내건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일본 국채 금리는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일본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69%로 독일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3.5%)을 웃돌았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10월 이후 2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71bp, 30년·40년 만기 초장기 국채 수익률은 60bp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23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기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후지와라 다카시 도쿄 레소나 자산운용 수석 펀드매니저는 "현재 일본 채권 시장은 매수자가 없어 매도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식품세 인하 이슈가 이미 반영된 만큼 선거 전 가격 하락세는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투자운용 수석 채권 전략가도 "일본 초장기 국채 수익률이 독일 국채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국내외 장기 채권 투자자에게 점점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관세 압박에 달러 급락…'셀 아메리카' 부각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요 국가를 상대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달러를 포함한 미국 자산 전반에 '매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20일 오전 8시 23분(미 동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98.543으로 지난 16일 마감가보다 0.827포인트(0.832%) 급락했다.

달러인덱스는 뉴욕장에 가까워지면서 98.384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미 국채 금리는 오르고 뉴욕증시 선물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부터 독일·영국·프랑스 등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의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부터는 이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유럽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업에서처럼 정치에서도 합의는 합의다. 친구들이 악수할 때 그것은 의미를 지녀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이 작년에 무역 합의를 맺었음을 환기했다.

EU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논의도 병행했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대해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다.

IG의 시장 분석가 토니 사카모어는 "장기화할 불확실성, 동맹 관계의 긴장,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 상실, 보복 가능성, 그리고 탈달러 추세 가속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과거 관세 발표 때처럼 조만간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린란드 확보가 현 행정부의 핵심 국가안보 목표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바클레이스의 레프테리스 파르마키스 전략가는 "'셀 아메리카' 흐름은 단기적일 수 있다"며 "관세 위협은 당장 달러를 크게 흔들 재료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 뉴욕증시 급락·국내 대형주도 약세

미국과 유럽의 관세 갈등이 격화 조짐을 보이자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20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870.74포인트(1.76%) 떨어졌고, S&P500지수는 2.06%, 나스닥종합지수는 2.39%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20일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 대비 4.55%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4.45% 내렸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최근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부담에 더해,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프랑스 정부도 강경 대응을 시사하며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재정 불안, 미국의 관세 압박, 유럽의 맞대응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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