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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배구조]②주주추천 사외이사, 관치·외풍 우려에 '손사래'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희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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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권, '셀프 연임' 견제 카드로
사실상 정부 대변하는 국민연금…과거 KT 사례 주목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도 벌써 '외풍' 노출 진통 우려
이해관계 다른 소수주주 이사회 진입에 임추위 무력화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사외이사 구성, 추천·평가 제도의 실효성, 위원회 운영 등 현행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등 대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십수년간 반복돼 온 논란이기도 하다. '선진화'라는 이름의 당국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이번에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쟁점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연임 과정에 대해 주주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권 도입과 주주추천 사외이사제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CEO 선임 때마다 반복돼 온 '셀프 연임'·'참호 구축' 논란의 원인이 이사회의 견제 기능 약화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당국의 주문이 오히려 지주사들을 '외풍'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지주 이사회 참여?…'관치' 역풍

최근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권이 화두에 오른 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10일 지주 회장들과 만나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 등의 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기관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지주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국민연금의 주주추천권 활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금융권은 해석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KB금융(8.28%), 신한금융(9.13%), 하나금융(8.77%) 등 주요 지주사 지분을 8~9%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사외이사를 추천한 적은 없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성격과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인한 '관치' 우려다. 국민연금의 메시지가 사실상 정부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2년 말 KT 대표이사 선출에서 구현모 전 KT 사장은 연임이 유력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권 때 취임한 구 전 대표를 밀어내는 데 국민연금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학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공적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사외이사 추천이나 의결권을 통한 적극적 경영 개입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 원장은 올 초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 관련 사안은 제가 이래라저래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사외이사 추천은) 국민연금이 자체적인 거버넌스 판단 하에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했다.


주주추천 사외이사, 되레 이해상충 우려도

주주추천 사외이사제 활성화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요 주주들이 이사 선임에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후보 추천에도 참여할 수 있다면 금융지주사의 밸류 디스카운트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는) 국민연금이든 외국인 주요 주주든 당연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22년 JB금융지주 지분 15%를 확보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 추천권과 각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자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2024년 사외이사 교체를 추진하는 등 직접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주주추천 사외이사제가 일반화 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은행지주사가 운영하는 사외이사 등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중심의 검증 절차가 약화되고 이사회가 되레 외부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국내 은행그룹 사외이사제도의 운영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상법상 주주제안권이 은행권의 임추위 제도와 상충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 임추위를 통해 이뤄져 온 사외이사 검증·선별 절차가 유명무실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 한 사외이사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자칫 사외이사 추천을 투자나 마케팅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를 통해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주주가 이사회 구성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연구개발, 고용 안정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소액주주들의 대표성을 판단하기에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조추천 등의 경우 경영진과 대척점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경영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경력이 있는 한 인사는 "소액주주든 대주주든 어느 일방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며 "기업의 주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주사 이사회에서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제대로 안착하기 힘든 이유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2014년 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으로 일어난 이른바 'KB사태' 이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지만, 2018년 이후 관련 선임이 없으면서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2017년부터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주총 때 번번이 부결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주주추천으로 발탁된 이사는 없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주주추천 제도를 두고 있지만 각각 재일교포 등 일본계 주주, 과점주주들 몫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금감원장이 언급한 방향성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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