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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②] "안세영은 사상 최고" 70연승·올림픽 金 전설의 고백…"완전히 다른 레벨" 복식 황제도 혀 내둘렀다

스포티비뉴스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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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방이동, 박대현 기자] 현역 시절 김동문(50)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세계를 호령했다.

힘으로 누르기보다 적의 심리를 읽고 날카로운 역공으로 상대 허를 찌르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한국 남자배드민턴 간판 계보를 나열하면 박주봉-김동문-이용대-서승재로 이어진다는 게 배드민턴계 정설이다.

전공(戰功)도 화려하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차지한 김 회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영혼의 파트너' 하태권과 짝을 이뤄 남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길영아, 하태권, 라경민 등과 합을 맞춰 10여 년간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각종 국제무대에서 '복식 황제'로 군림했다.

특히 김동문-라경민 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까지 국제대회 70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이란 경이적인 금자탑을 세우며 혼복 세계 1위를 오랫동안 수성했다. 둘은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해 김 회장은 3회 연속 올림픽 포디움에 입성하는 족적을 남겼다. 아울러 한국 배드민턴 유일의 두 종목(혼복·남복) 그랜드슬램 보유자이기도 하다.


흠 잡을 데 없는 현역 커리어를 쌓은 김 회장에게도 안세영(삼성생명)은 놀라운 기인(奇人)이었다. "안세영은 사상 최고의 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12일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완전히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다. 과거 박주봉, 수지 수산티(인도네시아), 방수현 등이 있었고 그다음은 나와 하태권, 이후 린단(중국) 이용대 등이 주축을 이뤘다면 현재는 안세영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볼 수 있는데 기존 톱 플레이어 통틀어서 가장 뛰어나다. 정말 다시 보기 힘든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세영 강점으로 하나를 딱 집지 않았다. '머리'와 '몸'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라 절찬했다.

"안세영은 일단 강한 지구력과 체력을 기반으로 플레이한다. 랠리를 길게 가져가는 편이다. 안세영을 상대하는 랭커는 그만큼 지칠 수밖에 없다. 놀라운 점은 (안세영은) 워낙 체력이 강하다보니 이게 멘털적으로도 적을 흔들어 놓는다는 거다. '난 체력적으로 누구보다 강하고 우위에 있다'는 점을 상대 머릿속에 심어주는 효과를 낳는 거다. 이러면 상대는 랠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기가 후반부에 이를수록 이길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게 된다. 안세영의 강철 체력은 멘털 면에서도 엄청난 압박감을 선사하는 무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근력과 기술 등 체력 외 부문도 톱 수준이다. 거의 남자 선수가 구사할 테크닉을 안세영은 똑같이 구현해낸다. 지친 상황에서도 타점 높은 하프 스매시라든지, 전력으로 점프해서도 템포는 한두 박자 빠른 공격을 내리꽂는다든지. 이런 기술은 공격하는 선수나 수비하는 선수 모두에게 엄청난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 (상술했듯) 안세영은 체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그 영향이 적다. 남자 랭커의 기술을 경기 내내 구사한다. 경기를 쭉 보면 자세가 흔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 시즌 안세영 목표로는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한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중국 닝보·4월)과 여자단식 '원조 레전드' 방수현도 못 이룬 아시안게임 2연패(일본 나고야·9월) 등이 꼽힌다.

김 회장은 코트 밖 요소를 경계했다. 코트 안 모습은 120% 완벽해 나무랄 데가 없고 다만 '목표의 역설'을 조심하라 당부했다.

"그랜드슬램과 아시안게임 2연패, 무패 시즌 등 목표를 크게 잡는 건 정말 좋다. 하나 (여자단식 정점에 오른) 지금부터는 매 대회, 매 경기를 차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현역 시절 70연승을 거두면서 주변에서 격찬이 이어졌고 이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해 모두가 금메달을 예상한 종목(아테네 올림픽 혼복)에서 동메달에 그치는 아픔을 맛봤다. 지금도 조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연승, 연패(聯覇), 그랜드슬램 등의 주위 얘기를 조금만 걸러 들어줬으면 한다."


"지금도 전성기이긴 하나 안세영은 앞으로 더 큰 전성기를 열어젖힐 수 있다. 그렇기에 아시안게임 2연패나 세계선수권대회 정상 탈환 등 가시적인 목표는 그냥 '하나의 과정' 정도로만 여겼으면 한다. 이걸 꼭 달성하겠다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워낙 갖고 있는 기술이 빼어나고 현재도 정말 경기를 잘하고 있기에 올해는 좀더 가볍게 자신의 경기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페이스를 유지해나갔으면 한다."


자신의 뒤를 잇고 있는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조를 향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대 최고 복식조로 꼽아도 무방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재 한국 남자복식은 세계 최정상 수준이다. 나를 포함해 역대 많은 기라성 같은 선배님이 계셨지만 서승재-김원호는 (개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 평가할 만하다. 냉철함과 높은 집중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경기를 펼친다. (전통적으로 복식에서 강세를 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최고에 버금가는 복식조라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오른손(김원호)과 왼손잡이(서승재) 조합이면서도 굉장히 빠르고 둘 다 키도 크다. 그런데도 네트 앞에서 보여주는 재치 있는 플레이라든지 안정적인 플레이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더불어 둘 모두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다. 후위 공격과 탄탄한 수비, 네트 플레이에 두루 일가견을 보여 경기 중 전후위가 바뀌어도 흔들림이 없다. 탁월한 멀티성을 지녀 경기 완성도가 획기적으로 높은 것"이라고 호평했다.


김 회장은 선수 시절 남복과 혼복 모두에서 괄목할 성과를 남겼다. 다만 현시점 한국 배드민턴은 상대적으로 혼복에서 눈에 띄는 황금 듀오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얇은 선수층'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실 한국 선수층은 굉장히 얇은 편이다. 국가대표 선수단 규모가 남녀 합쳐 38명에 불과하다. 마흔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를 보면 종목마다 정말 많은 선수들이 층층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세대교체가 원활하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남녀 복식을 뛰는 선수가 혼복까지 병행하는 이유도 두껍지 못한 인재풀에 있다."

"서승재-김원호의 경우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남자복식에만 전념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두 선수 상승 흐름엔 이 같은 결단이 큰 힘을 발휘했다 본다. 체력 부담이 덜해질 뿐더러 서로의 파트너십을 쌓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 종목을 병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플레이스타일이 섞여버린다. 남복 경기 중에는 혼복 스타일의 플레이를 하면 안 되는데 자기도 모르게 나와버린다든지 하는 후유증이 있다."

"이성끼리 손발을 맞추는 혼복은 특히나 장기적인 호흡과 신뢰가 핵심인 종목이다. 협회에서도 혼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변혁을 꾀하고 있다. 혼복 전문 선수를 발굴해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제2의 김동문-라경민, 포스트 이용대-이효정 양성을 약속했다.


김 회장은 한국 배드민턴 중흥 기초를 닦아준 후배들을 향해 인터뷰 내내 고마움을 입에 올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염려가 적지 않았다. 부담과 부상 없이 롱런해주길 바라는 진심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였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십 수 년이 흘러서야 '배드민턴을 즐기면서 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조금 깨달을 수 있었다. 실제 그 이후 경기가 더 잘 풀렸다"면서 "계속 강조하지만 목표는 크게 잡더라도 과정 하나하나를 굉장히 중시해야 한다. 즐긴다는 것은 그냥 가볍게 치라는 주문이 아니다. 결과에 매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플레이에 온전히 집중하는 상태에 진입하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렇게 할 때 본 실력이 (꾸준히) 나오고 부상 확률도 크게 줄어든다 믿는다. 안세영과 서승재, 김원호 등은 누가 봐도 현시점 코트를 지배하는 선수들이다. 경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큰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 나설 때 (평온했던 멘털도) 갑자기 급해지거나 위축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혼합복식이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한데) 1년 내내 톱 시드를 유지하던 랭커가 올림픽에선 정작 금메달을 못 따는 일이 상당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톱 플레이어는 코트 안팎으로 엄청난 견제를 받는다. 한국 배드민턴 보물과 같은 후배들은 그런 위험성에 늘 노출되어 있기에 '가볍게 친다'는 의미를 꼭 마음에 새기고 오랫동안 현역 커리어를 이어 갔으면 한다"며 인터뷰 마지막까지 장강 앞물을 밀어내는 세찬 기운의 '뒷물결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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