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지난 14일 열렸다.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윤, 이언주, 서영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병현 기자 |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정부가 오는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약가제도 개편안 최종안을 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산업 붕괴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현행 52.55%에서 40%대로 조정할 경우 연간 3조6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연구개발(R&D)과 품질 혁신 투자도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약가 인하에 따른 고용 감축 또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월 건정심에서 약가제도 개편안 최종안을 의결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단행할 계획이다. 이는 약가관리 전반의 합리화를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약가 산정률 인하 관련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는 약제에 대해서도 약제별 등재 시점과 현재 약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순차적으로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가산제도는 혁신성과 수급안정 기여 중심으로 개편하되 정책적 우대를 확연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품질이 낮은 제네릭이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동일성분 11번째 제제부터 5%포인트(P)씩 약가를 인하, 다품목 등재 관리로 엄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다품목 등재 관리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10개 이상 제품이 등재되면 1년 경과 후 11번째 제제 약가로 일괄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적용의 예측가능성이 낮아 사회·행정적 비용 부담이 지적됐던 ▲사용범위 확대와 ▲사용량-약가연동의 약가 조정 시기를 일치·정례화하고, 실거래가 조사는 시장경쟁과 연계해 인센티브 기반으로 실거래가 인하가 촉진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2027년부터 도입한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 제도 개편 효과에 대해 "우리의 약가 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해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을 대폭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며 "혁신 및 보건 안보를 위한 투자 정도에 상응하는 합리적 보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제약산업계가 보다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약가 제도 개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연일 제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약가 개편안에 대해 "국내 제약산업 미래에 대한 포기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한데 개편안을 단행하면 연간 약 3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약산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산업 특성상 장기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산 전문의약품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의 경우 약가 인하 등으로 제네릭의약품의 32.1%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중단 사태를 겪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신규 제네릭 62개 성분 진입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4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약가 인하로 인한 고용 감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상대책위에서 추정하는 고용 감소는 산업 전체 종사자 약 12만 명 중 10% 이상 감축이다. 또한 제약산업은 인력·연구·품질 등 고정비가 높은 산업인데 약가인하는 필연적으로 고용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는 이미 실패한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반복이라며 유통질서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고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평가·조정하는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혁신적 의약품이 국내에 빠르게 도입되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약가유연계약제(가칭)' 적용 대상을 1분기부터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을 위해 현장 여건에 맞게 재정비하고 제도 간 연계와 민관 대응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정부가 제도 개선과 관련해 여전히 '불통'이라며 오는 22일 '산업발전을 위한 비상대책위 제약 현장 간담회'를 예고했다. 이 자리에는 비대위 위원장을 비롯해 한국제약협동조합, 향남공장 대표자 노조 등 제약 현장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청취한 제약 노동계 현장 목소리와 약가 인하 개편 제도 유예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건강, 신약 개발 등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다소 급진적"이라며 "당장 규모가 작은 제약사들은 올해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찍만 주는 것이 아닌 업계와 소통을 통해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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