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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예금 이자, 원화 앞질러 ‘환테크’ 유동자금 몰려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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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금리가 원화 정기예금 금리를 앞지르면서 ‘환테크’를 노린 유동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최근 1480원대에 육박하는 환율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까 봐 금융당국이 외화예금 자제를 압박했지만, 원화 환전 시 혜택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고환율 여파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반도체와 농축산물 등을 중심으로 4개월 연속 올랐다. 국내공급물가도 6개월 연속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80원대를 넘보고 있지만,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증시 및 환율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증시 및 환율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 예금 이자, 원화 앞질러 ‘환테크’ 유동자금 몰려

20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각 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거주자 기준 상단이 3% 초반대로 원화 예금금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예치 기간에 따라 연 2.99%(1∼2개월)에서 최대 3.09%(2∼3개월)의 이자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2.90%(12개월)에서 3.08%(3∼6개월), 하나은행은 2.96%(6∼12개월)에서 3.07%(3∼6개월), 우리은행은 2.97%(6∼9개월)에서 3.08%(2∼3개월)다. 반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은 우대금리 포함 최고 2.70~2.85%, 3개월 만기는 2.60∼2.65%로 달러 정기예금보다 다소 낮았다.

고환율 상황에서도 높은 이자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자 금융소비자들은 달러 예금 잔액을 늘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674억3729만달러(약 99조7400억원)로 지난해 말 671억9387만달러에서 올해 들어 보름새 2억4342만달러(약 3600억원) 급증했다.

이 같은 달러예금의 과도한 증가가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주요 시중은행 외환담당 임원을 만나 달러 등 외화 예금을 부추기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반대로 외화 예금을 원화로 바꿀 때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을 늘리는 방안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한·KB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외화예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고객에게 환율 우대를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의 달러 금리를 1.0%에서 0.1%로 내렸다.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의 한 PC 매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의 한 PC 매장 모습. 연합뉴스


◆D램·사과 등 폭등…생산자물가 4개월 연속 상승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1.76(2020년 수준 100)으로 전월(121.31)보다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올랐으며 전년 동월 대비해선 1.9%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5.8%)과 수산물(2.3%), 축산물(1.3%) 등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3.4% 올랐다. 사과(19.8%), 감귤(12.9%), 닭고기(7.2%), 물오징어(6.1%)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공급품은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2.3%), 1차금속제품(1.1%) 등이 상승하며 0.4% 올랐다. D램(15.1%), 플래시메모리(6.0%), 동1차정련품(9.9%) 등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경유(-7.3%), 나프타(-3.8%) 등은 떨어졌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1.6%) 및 하수처리(2.3%)가 올라 0.2% 상승했다. 서비스업(0.2%)의 경우 금융·보험(0.7%), 음식점·숙박(0.4%) 위주로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중간재(0.4%), 원재료(1.8%), 최종재(0.2%)가 모두 오르며 0.4%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0.7% 올랐다.


한은이 지난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2.39로 전월(141.47)보다 0.7% 올랐다. 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는데, 이는 2021년 5∼10월 이후 4년2개월 만이다. 이 기간 환율이 크게 상승하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평균 1457.77원에서 지난달 1467.40원으로 0.7%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중간재·원자재 등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될지, 시차를 두고 반영될지는 기업의 경영 여건, 가격정책,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하락세인 국제 유가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복귀 유인책에도 꿈쩍 않는 ‘서학개미’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05억달러(약 251조2448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636억달러(약 241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약 2주 동안 약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추가로 미국 시장으로 나갔다. 2022년 말 442억달러 수준이었던 보관액은 2025년 말 1600억달러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 15일까지 1705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관액 상위 종목에는 테슬라(276억달러)가 가장 많았고 엔비디아와 알파벳, 팔란티어, 애플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현재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를 옥죄면 환율이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서학개미의 투자금을 국내 증시로 돌리기 위해 각종 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나스닥 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34억달러) 등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고위험·고배율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코스피에서도 지수 수익률을 3배까지 추정하는 상품 도입도 검토 중이다.

서학개미의 시선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RIA 세부안도 마련했다.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에 따르면 해외주식을 가진 개인투자자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과세특례가 신설된다. 개인투자자가 RIA에서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1년간 RIA 내에서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1인당 매도금액은 5000만원 한도이며, 올해 3월31일까지 매도하면 양도소득 금액의 100%, 6월30일까지 매도하면 80%, 올해 말까지 매도하면 50% 공제 혜택을 준다.

정부는 6∼7월 출시 예정인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납입금 2억원을 한도로 펀드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9% 분리과세하고, 투자 금액에 따라 최대 40%를 소득공제하는 특례도 신설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서학개미들이 국내 주식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만으로는 열풍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달 환율안정화대책을 내놓은 직후 환율은 1420원대까지 급락했지만, 오히려 서학개미들이 이를 달러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환율이 다시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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