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망 외교안보부 북한팀장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성은 확대하되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2000년 7월 13일 제5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 발언 중)
이 발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적 운영'을 얼마나 중시했는지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DJ정부 시절인 1999년, 중앙행정기관 소속 연구기관들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분리된 것도 주관 부처의 과도한 간섭을 줄이고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관료 중심 정책 결정 구조의 한계를 인식하고, 공공적·사회적 지식에 기반한 정책 체계를 구축해 민주적이고 성찰적인 국가 지식체계를 수립하겠단 DJ정부의 철학이 담긴 것이다.
이처럼 26년 넘게 유지돼 온 지식체계 속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25년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통일연구원(통일연)을 대통령에게 '선물'로 달라고 언급하며 논란이 촉발됐다. 1991년 설립 당시 통일부 산하 기관이었던 통일연을 두고 정 장관은 "통일부만 싱크탱크가 없다", "IMF 당시 힘이 없어 통일연을 뺏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한 달 도 되지 않은 지난 14일 통일부는 통일연을 이관하는 통일연구원법 제정안을 독자적으로 입법예고했지만, 관계기관의 반발로 사흘 만에 철회했다.
통일연 이관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북한 급변 사태 보고서' 논란 직후 이관 문제가 입법예고를 통해 제기됐으나 무산됐고,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의원 입법 발의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있었지만 '입법 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통일연만 통일부로 이관할 경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다른 25개 연구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권 당시의 일부 통일부 장관도 통일연 이관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추진으론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통일연 이관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이유는 대체로 같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들과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통일연 내부의 강한 반발이다. 한 전직 통일연구원장은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이관 시도는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에 정말 이관이 필요하다면, 과거의 실패 사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본질은 통일부가 이관의 필요성을 한 번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말 통일연 이관이 필요하다면, '속도전'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와 설명을 통한 '소통전'이 먼저여야 한다. 통일부의 힘 있는 독단적인 추진이 아니라 관계 부처와의 충분한 협의, 통일연 구성원들에게 연구의 자율성·독립성과 고용 안정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 힘이 아니라 설득과 논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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