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갈등이 격화된 20일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로이터 연합뉴스 |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20일(현지 시각)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 나타났다. 미 장기 국채 금리는 급등한 반면 달러 가치는 급락했고,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충격 이후 가장 불안정한 장세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도 크게 치솟았다. 덴마크 연기금 운용사 아카데미 커펜션은 큰 폭의 재정 적자를 보고 있는 미 정부 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이달 말까지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정리하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갖고 있는 미 국채는 약 1억달러(약 148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
美 장기 국채금리 급등
이날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bp(0.06%포인트) 이상 오른 4.29%에서 거래됐다. 만기가 더 긴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8bp(0.08%포인트)가량 오르며 4.87%, 4.92%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월가에서는 미·유럽 무역 전쟁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했고, 이 여파로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을 비판하자 다음 달 1일부터 관세를 순차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유럽도 보복 관세를 검토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유로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금과 은 등 전통적인 안전 자산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CNBC는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 우려가 되살아나 미국 자산에서 자금 이탈을 촉발하면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고 전했다. 일본 국채 금리 급등도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본에서는 조기 총선 가능성과 재정 정책 변화(감세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장기 국채 금리가 뛰었고, 이 여파가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으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20일 그린란드 외교·연구 담당 장관 비비안 모츠펠트(Vivian Motzfeldt)가 그린란드 누크 공항에 도착한 뒤 한 여성과 포옹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달러 가치·뉴욕 증시 급락
미 달러도 압박을 받았다. 주요 6국(유로·일본·영국·캐나다·스웨덴·스위스)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7%가량 내린 98.4 수준이었다. 지난해 4월 트럼프가 글로벌 관세를 공개한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에 속한다. 금융사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 책임자 크리슈나 구하는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미국에 대한 노출을 줄이거나 헤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뭉치고 있는 모습이다./로이터 연합뉴스 |
전날 ‘마틴 루터 킹 데이’로 휴장했던 뉴욕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일제히 떨어졌다. 다우 평균은 1.8%, S&P500지수는 2.1%, 나스닥 지수는 2.4% 내렸다. 올해 들어 뉴욕 증시는 이례적으로 잠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달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체포되어 왔을 때도 시장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린란드를 두고 격변의 시기를 맞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셀 아메리카’를 나타내는 거래가 다시 완전한 형태로 돌아왔다”면서 “불안의 중심에는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을 밀어붙이는 트럼프가 있다”고 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20.69까지 치솟아 작년 11월 2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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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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