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을 비롯한 고에너지 입자를 쏟아내는 태양 폭발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직장인 A씨는 이상한 불편을 겪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을 하려 하는데, 수백m 떨어진 다른 매장으로 계속 연결됐던 것. 강력한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해 GPS 위치정보가 교란된 탓이었다.
A씨가 겪은 소동의 근원지는 지구에서 약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이다. 지난 19일 발생한 강력한 코로나물질방출(CME)이 20일 새벽 지구에 상륙하며 현대 문명의 근간인 전파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우주항공청(우주청)은 이번 태양입자유입 현상이 관측 이래 역사상 세 번째로 강한 규모라고 밝혔다. 20일 새벽 관측된 양성자 관측값은 3만7000pfu(1초 동안 단위 면적에 유입되는 고에너지 입자의 양을 세는 단위)에 달했다. 이는 역사상 최고치였던 1991년 3월(4만3500pfu)과 1989년 10월(4만2200 pfu) 이후 약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태양 흑점 폭발은 단순한 빛의 번쩍임에 그치지 않고 양성자와 전자 등 고에너지 입자를 초속 수천㎞ 속도로 쏟아낸다. 우주청은 태양입자유입 및 지자기교란 4단계 경보가 잇따라 발령됨에 따라 우주전파재난 위기경보를 '주의(Yellow)' 단계로 상향하고 24시간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평상시엔 인류의 통신 돕는 전리층, 강력한 태양 폭발 일어나면 '전파' 집어삼켜
왜 태양의 폭발이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을 먹통으로 만드는 걸까. 그 비밀은 지구 상공 약 60~1000㎞에 위치한 '전리층'에 있다.
평상시 전리층은 단파(HF) 통신 신호를 반사해 먼 곳까지 전달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평소 인류의 통신과 항법을 돕는 전리층은 태양 활동 극대기에 이르면 오히려 '전파의 늪'으로 변모한다. 흑점 폭발 시 발생하는 강력한 X선과 극자외선이 빛의 속도로 이동해 8분 만에 지구 전리층에 도달하는 탓이다.
이 복사 에너지는 대기 상층부의 전자 밀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데, 특히 전리층의 가장 아래쪽(지구 상공 약 60~90㎞)인 'D층'의 전자 밀도가 급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상시라면 상층 전리층에서 반사돼 멀리 퍼져나가야 할 단파(HF) 통신 신호가 두꺼워진 전리층 D층에 가로막혀 그대로 흡수되는 '전파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GPS 오차 역시 전리층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위성 신호가 밀도가 높아진 전리층을 통과할 때 전파 속도가 지연되는데, 수신기는 이를 거리 오차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전리층이 불균일하게 요동치며 신호가 일렁이는 '신틸레이션(Scintillation)' 현상은 지상 수신기가 위성 신호를 놓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강력한 태양입자유입 현상 때도 대규모 정전 등 발생…첨단산업군 전반 유의해야
이번 태양 활동은 단순한 통신이나 앱 관련 오류를 넘어 첨단 산업군 전반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위성 분야의 경우 고에너지 입자가 위성의 반도체 회로를 관통해 데이터 비트를 반전시키는 '단일 사건 효과(SEE·Single Event Effect)'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위성체의 영구적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유입된 입자들이 극지방 전리층을 강하게 이온화시켜 북극 항로를 비행하는 항공기의 무선 통신을 차단할 위험이 있으며, 급격한 자기장 변화가 지상의 송전망에 '지자기 유도 전류(GIC·원치 않는 전류를 유도하는 현상)'를 흐르게 해 대형 변압기 소손이나 광범위한 정전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역대 최고 수준의 태양입자유입 현상이 나타났던 지난 1989년에는 캐나다 퀘백주 전역에서 약 9시간 동안 정전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우주 공간에서도 미 우주사령부의 우주 감시 네트워크가 인공위성·우주쓰레기 등 8000여개의 추적 대상 중 1000여개의 물체를 일시적으로 놓쳐 이후 이들의 위치를 다시 파악해야 했다.
우주청 또한 위성통신과 위치정보 서비스의 일시적 장애 가능성을 강조했다. 항공편 이용 시에는 운항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야 하며, GPS 이용 시 오차 발생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까지 주요 분야의 직접적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태양 활동 극대기에 진입함에 따라 이 같은 우주전파재난은 향후에도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청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우주환경 감시를 강화하고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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