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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데 남성암 1위···1만원짜리 혈액검사로 잡아낸다[헬시타임]

서울경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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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폐암 제치고 남성암 발생 1위로 올라서
증상 거의 없는 ‘조용한 암’···조기 발견이 예후 좌우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PSA···전립선암 대응 첫 단추


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국내 남성암 발생률 1위에 올랐다. 전립선암은 2021년 남자 암 발생률 4위에서 1년 만에 2단계 상승해 2위였다. 그런데 전일 발표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년만에 환자 수가 2034명 늘어나며 통계 공표 이래 처음으로 남성암 1위를 차지했다. 전립선암은 1999년 통계 작성 시작 당시 남성암 순위 9위였으나 고령화와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등의 영향으로 최근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에 따르면 전립선암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에는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배뇨 곤란, 잔뇨감, 빈뇨, 야간뇨 등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증상은 전립선비대증과 구분이 쉽지 않다. 증상이 거의 없거나 진행이 느려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발견되다 보니 '조용한 암'이라고도 불린다.



전립선암이 남성암 1위로 올라선 배경에는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 검진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전립선암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과거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초기 환자들이 검진을 통해 발굴되다 보니 전체 발생 수 자체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영휘 이대비뇨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이 더 이상 일부 고령층의 질환이 아니라, 중·장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대비해야 할 대표적인 암이 됐다"고 조언했다.

전립선암은 위암, 유방암, 폐암 등과 달리 국가암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전립선암의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맥 채혈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는 전립선암 뿐 아니라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PSA 수치의 절대값뿐 아니라, 시간에 따른 변화 추이를 통해 전립선암의 존재와 진행 가능성을 판단한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전립선암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인 셈이다.

고 교수는 "PSA 수치는 단순히 암의 유무뿐만 아니라, 발견된 암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PSA 수치가 높을수록 암일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전이 가능성이 높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암일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PSA 검사를 통해 암의 가능성과 그 성질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환자가 겪고 있는 질환이 당장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공격적인 암인지, 진행이 느린 암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40세 이상 남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1만~1만 5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PSA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국소 치료나 다양한 치료 전략을 통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며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96.9%로 갑상선암(100.2%) 다음으로 높았다. 실제 전립선 내부나 주변 조직에 국한 단계에서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진단 시점이 늦어져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초기와 진행기 전립선암 사이의 예후 차이가 큰 만큼, PSA 검사는 사실상 전립선암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PSA 검사에 대한 인식은 충분하지 않다. 과잉진단이나 불필요한 치료에 대한 우려로 검사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PSA 검사가 무조건 치료로 이어지는 검사가 아닌, 위험 신호를 확인하고 관리 전략을 세우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수치가 높다고 해서 곧바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검사와 경과 관찰을 통해 환자 상태에 맞는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생 1위가 된 현시점에서는 PSA 검진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비뇨기계 증상이 생긴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암으로 전립선암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선 중·장년 남성이라면 연령, 가족력, 개인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PSA 검사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해 볼 것을 권고한다. 특히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 성적이 좋은 암인 만큼, ‘검사를 받느냐 마느냐’가 향후 치료 경로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병창 대한비뇨기종양학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에 오른 것은 단순한 통계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남성 건강 관리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조기 검진 중심의 암 관리 패러다임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은 혈액검사 하나로 시작되는 PSA 검사가 전립선암 대응의 첫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 전립선암은 더이상 개인의 관심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검진 체계 속에서 ‘미리 발견하고 대비해야 하는 암’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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