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기자]
(서울=국제뉴스) 김학철 기자 =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논쟁은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해가 부딪치는 거대 담론으로 요동한다. 그 틈에서 평생 한 번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를 찾는 서민의 소소한 분쟁은 지금도 접수 창구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온 구조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덮어 권력을 유지했다는 비판에 많은 시민이 공감했고 검찰 개혁 요구가 여기서 출발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민이 일상에서 겪는 분쟁 해결의 어려움이 놓여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 평론가의 토론과 고위직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으면 검찰과 경찰이 다투는 권한의 크기와 방향만 보일 뿐 서민이 실제로 어떤 벽에 부딪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기 어렵다. 특별수사와 권력형 비리, 강력범죄는 논쟁의 중심에 서지만 생활 분쟁에 지친 소시민의 사건은 논의의 주변부에도 오르지 못한 느낌이다.
(서울=국제뉴스) 김학철 기자 =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논쟁은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해가 부딪치는 거대 담론으로 요동한다. 그 틈에서 평생 한 번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를 찾는 서민의 소소한 분쟁은 지금도 접수 창구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온 구조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덮어 권력을 유지했다는 비판에 많은 시민이 공감했고 검찰 개혁 요구가 여기서 출발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민이 일상에서 겪는 분쟁 해결의 어려움이 놓여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 평론가의 토론과 고위직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으면 검찰과 경찰이 다투는 권한의 크기와 방향만 보일 뿐 서민이 실제로 어떤 벽에 부딪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기 어렵다. 특별수사와 권력형 비리, 강력범죄는 논쟁의 중심에 서지만 생활 분쟁에 지친 소시민의 사건은 논의의 주변부에도 오르지 못한 느낌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서민이 겪는 분쟁이 경찰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경험이 반복되며 도달한 결론은 단순했다. 소위 말하는 수사 실적이 되지 않는 사건, 인사와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건은 접수 단계에서부터 기피된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윗집에서 새는 물 때문에 가전제품이 망가지고 집 안이 곰팡이로 뒤덮였는데도 집주인이 알면서도 방치해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묻던 이가 있었다.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이 단골의 외상 값을 받지 못한 채 배우자가 유통한다는 수입 냉장고로 대신 받기로 했지만 십 년이 지난 중고 제품을 건네받고 분통을 터뜨린 경우도 있었다. 그보다 더 단순하게는 거짓 사유로 돈을 빌려간 뒤 각종 거짓말로 수년째 변제를 미루는 사건도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접수하려다 좌절한 뒤 기자에게 찾아온 사람들이다. 아마도 자신의 주변에서 그나마 기자가 법을 좀 안다고 생각한 듯 하다. 이들이 경찰서에서 들었다는 말은 비슷했다. "경찰이 돈 받아주는 기관은 아니고 이 일은 민사로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이들에게 형사 절차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런 사연을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조언을 건넸다. 경찰은 판결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니 다시 찾아가 고소장을 접수해 달라고 요청하고 만약 접수가 어렵다면 각하 확인서나 접수 불가 확인서를 달라고 요구하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검찰에 직접 고소장을 접수해도 된다고도 알려줬다.
흥미롭게도 이 조언을 들은 이들이 다시 경찰서를 찾았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고소장은 접수됐고 피고소인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건이 합의로 마무리됐다. 서류 한 장도 접수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이들이 다시 발걸음을 옮긴 끝에 분쟁을 정리한 셈이다.
또한 검찰을 통해서 고통을 해결한 경우도 여러본 지켜봤다. 경찰이 예전의 불기소 의견, 지금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검찰에 재고소나 이의신청을 한 뒤 보강수사 지시가 내려가면서 다시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그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진 사례를 여러 번 지켜봤다. 기자 주변에서만 이 정도라면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서민이 "민사로 하라"는 말 앞에서 고소장을 들고 나왔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기자는 경찰 조직의 인식에서 찾는다. 수사 인력 입장에서 소액 사건과 생활 분쟁은 시간과 노력은 들지만 성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가산점이 배정되거나 이력에 남을 만한 사건도 아니고 지휘부에 보고할 만한 규모의 사건도 아니다. 그래서 소소한 사건이 배당되면 담당자가 접수계에 불만을 토로한다는 말이 돌고 실제 현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전해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경찰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 경찰관은 사석에서 오히려 이런 소액 사건이 더 마음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얼마나 억울하면 이런 금액으로 고소까지 했을까 싶어서 더 꼼꼼하게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경찰서는 시민의 사연을 차분히 듣고 사건의 성격을 설명해 주며 가능한 법적 대응 방향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 두 얼굴이 모두 오늘의 경찰 현실이다.
문제는 고소장 접수의 첫 관문이 여전히 개인 경찰관의 태도와 인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사회적 공분을 샀던 이른바 노조원 초코파이 사건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 사건의 고소장에 변호사의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았다면 접수와 수사가 과연 같은 속도로 진행됐을지 의문을 품는 시민도 적지 않다.
죄가 되지 않는 사건도 무리하게 접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생 단 한 번 경찰서를 찾아 고소를 시도하는 시민이 억울하게 발길을 돌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민이 형법 조문과 판례를 숙지한 전문가이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분쟁의 경중과 관계없이 범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형사 절차의 문을 열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기서 나온다.
기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중앙 온라인 고소 접수센터다. 전국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면 사건을 예비 심사해 죄가 될 여지가 있는 사안은 관할 경찰서에 강제로 배당하는 시스템이다. 국민신문고가 행정 고충을 걸러 각 기관에 배분하듯 형사 사건도 접수 단계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센터는 담당자가 업무로 인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 접수를 담당하는 인력이 사건 배당으로 인해 자신의 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개별 경찰관의 불만을 직접 감당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류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고소장을 밀어내야 할 유인이 줄어든다.
검찰이 어떤 거대한 사건을 덮었는지, 앞으로 수사권을 누가 더 많이 쥐게 될지에 대한 논쟁은 중요하다. 그러나 서민에게 더 절실한 질문은 자신의 소소한 사건이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는가라고 할 수있다.
직업상 매일 사건 기록을 다루는 경찰관에게 서민의 소소한 사건은 그저 여러 건 중 하나로 보일 수 있다. 반면 피해자에게는 인생에서 처음 겪는 법적 분쟁이며 삶의 방향을 바꿔 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문서 처리 업무로 보이는 순간이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결단일 수 있다.
소소한 사건까지 모든 경찰관이 완벽하게 대응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국민신문고가 행정 고충의 최소한을 책임지듯 형사 사건에서도 고소장에 적힌 사실이 유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먼저 판단해 주는 중앙 온라인 접수센터를 두자는 제안은 그래서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시민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공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제도 논쟁이 거대한 사건과 권력 구조에만 머물지 않고 경찰서 문턱에서 돌아서는 서민의 얼굴까지 함께 떠올리는 방향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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