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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더 이상 두렵지 않은 내 친구 노린재

조선일보 베튤 준불·배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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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종종 ‘반려 벌레’가 머물다 간다. 남편과 나 둘 다 벌레의 생명을 앗아갈 심장을 가지지 못한 데다, 맨손으로 잡아서 방생할 용기도 없는 탓이다. 화원을 운영하는 집주인 노부부가 북한산 자락에 지은 집이라 도시에서는 쉬이 보기 힘든 다양한 생김새의 들 벌레, 숲 벌레들이 찾아온다.

집이 익숙하지 않은 벌레들은 가장 먼저 소리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어디선가 둔탁한 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거나 날카로운 날갯짓 소리가 들리면 남편과 사색이 되어 소리의 출처를 찾는다. 벌레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구조 작업을 펼치거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곤 다시 각자의 일에 집중한다.

지난번에는 길을 잃은 듯한 노린재 한 마리가 천장과 벽을 오가며 방황하고 있었다. 당장 구조 작업을 펼치기엔 녀석이 제법 흥분한 듯 보여, 우리가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 함께 살게 됐다. 우리가 느끼는 위협보다 노린재가 우리에게 느끼고 있을 위협이 훨씬 본질적일 것이기에 최대한 녀석을 배려했다. 놀랍게도 녀석도 그런 마음을 아는 듯했다. “벽에서 내려오면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줄 테니 진정되면 내려와요. 노린재씨” 벽에 매달려 옴짝달싹 못 하던 녀석이 이틀째 되는 날 차분하게 바닥으로 내려오던 모습은 결코 우연처럼 보이지 않았다.

투명한 아크릴 박스로 살포시 노린재를 덮었다. 그 밑에 종이를 살살 끼워 넣어 노린재가 올라탈 수 있도록 했다. 단단하게 종이에 매달린 노린재를 들고 밖으로 나가 아크릴 박스를 열어주었다. 한 발 한 발 비장하게 수풀더미로 몸을 옮기던 노린재와의 작별 인사를 나는 잊지 못한다.

어쩌면 공포와 혐오는 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이 아닐까? 노린재의 무늬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다른 노린재 개체를 마주해도 두렵지 않다. 노린재의 걸음이 비장한 노인 같아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은 몸을 가진 노린재씨를 통해 나의 세계가 확장된 것만 같았다. 나와 ‘다른 것’들을 새롭게 마주할 때마다 나의 작은 친구를 떠올릴 것이다.

[베튤 준불·배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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