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카드로 한국과 대만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은 발 빠르게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올라타고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 인수와 신규 건설 등 생산 능력 확대와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대만의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으려 맹추격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
◇만년 3등 마이크론의 삼성·SK 추격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 먀오리현에 있는 반도체 업체 PSMC의 ‘P5 공장’을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19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인수는 규제 승인 등을 거쳐 올해 2분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공장 인근에는 마이크론의 타이중 사업장이 있다. 마이크론은 이번 인수에 대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론은 대만 P5 공장을 통해 내년 본격적으로 D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월 최대 웨이퍼(반도체 원판)는 5만장이지만, 현재는 8000장 정도만 생산 가능한 장비가 들어와 있어 가동률이 20% 이하다. 앞서 지난주 착공식을 가진 마이크론의 미국 뉴욕 메가팹은 2030년 가동을 시작한다. 마이크론의 이번 대만 공장 인수가 세계 D램 공급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크론의 D램 생산 시설 인수는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지난해 3분기 기준)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약 26%로, SK하이닉스(34%)와 삼성전자(33%)에 밀린다. 마이크론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뒤처진다.
만년 3등으로 꼽혀온 마이크론이 AI(인공지능) 붐을 타고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아시아는 “메모리 공급 및 수요 역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도체 제국 인텔도 부활 시동
미국 인텔도 반도체 사업 부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텔은 자금 문제 등으로 중단했던 미 오하이오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현장 인력 채용에 최근 나섰다. 오하이오주 파운드리 공장은 28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입한 미국의 최대 반도체 프로젝트 중 하나다. 반도체 불황과 인텔 내부 사정으로 사업이 지연돼 왔으나,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사업 추진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일명 칩스법) 등을 통해 인텔에 89억달러를 투자하며 인텔 지분 10%를 확보했고, 엔비디아도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오하이오주 생산 시설의 가동 시점은 2030~2031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기 위해 집중하는 14A(1.4나노급) 최첨단 공정의 제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텔은 최근 AI GPU(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가로 유명한 에릭 데머스를 영입했다. AMD와 퀄컴에서 GPU를 설계한 그가 인텔의 AI 가속기(AI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하드웨어의 일종) 전략과 로드맵을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무어인사이트는 “에릭 데머스는 GPU 구조를 처음부터 구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라며 “인텔의 영입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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