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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美 맘다니, 中 보시라이의 ‘부동산 묘수’

조선일보 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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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도심에 서민 아파트 쌓아
세금으로 집값 잡진 않았다
뉴욕도 임대료 동결, 공급 확대
고정관념 버리고 파격적 대책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


중국 충칭시 인구는 3200만명이 넘는다. 호주보다 많다. 비싼 집값, 주택 부족 등 문제가 중국 어느 도시보다 심각하다. 2007년 당 서기로 부임한 보시라이는 파격적 부동산 대책을 밀어붙였다. 도심 공공건물이나 낡은 주택단지를 허물고 30~40층짜리 소형 임대 아파트를 지었다. 도심 밖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넓은 부지와 세금 혜택 등을 줬다. 그렇게 지은 도심 아파트는 서민과 농민공에 우선 임대하거나 분양했다. 아침 일찍 시내로 출근해야 하는 빌딩 청소부, 건설 노동자, 하위 공무원, 신혼 부부, 사회 초년병 등이 혜택을 봤다.

충칭시 겉모습은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도심에 빈땅이나 저층 단지만 있으면 아파트를 쌓아올리다 보니 초고층 오피스 빌딩과 빨래 널린 임대 아파트가 여기저기 섞여 있다. 고급 아파트 사이에 서민 아파트가 지어지기도 한다. 언덕에도 아파트가 빼곡히 올라간다. 미관보다는 3200만 주거 해결을 우선으로 했다. 보시라이는 ‘범죄와의 전쟁’으로 조폭도 대거 잡아들였다. 충칭 시민의 ‘영웅’이 됐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보시라이부터 숙청했다. 같은 태자당(공산당 간부 자제) 출신인데도 가장 먼저 손봤다. 보시라이도 여러 부패 문제가 있었지만 그의 높은 대중적 인기가 시진핑의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고속 성장한 중국의 최대 문제도 빈부 격차와 복지 빈곤이다. 중국 당국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0.46~0.47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 중국 대학은 0.61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폭등이 ‘사회주의’ 중국의 계급을 갈랐다. 보시라이가 실각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의 ‘충칭 모델’을 떠올리는 중국인이 지금도 적지 않다.

조란 맘다니(34)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 / 로이터=연합

조란 맘다니(34)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 / 로이터=연합


조란 맘다니 신임 뉴욕시장의 중간 이름이 ‘콰메(Kwame)’다. 아프리카 사회주의를 이끈 콰메 은크루마 가나 초대 총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의 공약은 버스 요금 무료, 생필품 저가 공급 등 사회주의 색채가 짙었다. 뉴욕은 가장 부유한 도시이지만 지니 계수는 0.55를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다는 남미 국가들보다 높다. 연봉 수십억 원을 버는 1% 부유층과 2000만원 미만인 20% 저소득층이 같이 살고 있다. 인구는 850만명에 달한다. 주거 문제가 미국 다른 도시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맘다니의 아파트 집세 동결과 주택 20만호 공급 공약이 서민층과 젊은 층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청년층의 주택 임차료 과부담 가구가 31.6%로 전체 연령(15.8%)보다 두 배 높다’고 밝혔다. 서민, 청년일수록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살이’로 내몰린다.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나. 세계 최악의 저출산, 사다리 없는 빈부차의 주범이 ‘미친 집값’이다. 모두가 문제를 알고, 전문가가 아니라도 해결책을 안다. 자본주의 심장 뉴욕과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충칭이 내놓은 정책이 파격적 공급 대책과 저렴한 임대료 정책이다. 충칭 서기는 ‘지역 황제’ 권력이 있는데도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근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 승부처는 수도권이고 그 민심은 부동산이 좌우한다. 그럴싸해 보이거나 이념에 매몰된 부동산 공약을 던지는 후보들이 또 등장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올릴 것이란 소문도 파다하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국민만 또 골탕 먹지 않을까 걱정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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