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재·Midjourney |
코끼리는 가슴이 있다. 모든 동물은 가슴이 있다. 곤충도 가슴이 있다. 곤충의 몸은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나뉜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몸이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머리와 가슴이 구분 없이 하나로 붙어 있다. 상식이다.
모든 벌레가 곤충인 것은 아니다. 곤충과 거미는 캄브리아기 초반에 분기된 별도의 생물이다. 다리 숫자도 다르다. 둘을 구분하는 건 초등학교 시험에 항상 나오는 문제다. 초등학교 시험에 항상 나오는 문제의 정답을 우리는 상식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그건 상식이야”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상식 없는 사람이 된다. 나는 상식만은 풍부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며칠 전 무너졌다. 코끼리 가슴 사진을 인터넷으로 보자마자 중국 건설사가 지은 태국 건물들처럼 무너졌다.
코끼리는 가슴이 있었다. 인간과 똑 닮은 젖가슴 두 개가 있었다. 나는 평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봤다. 코끼리에 영장류 같은 젖가슴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보여주질 않으니 몰랐다. 네 다리로 걷는 다른 포유류처럼 배에 달린 젖꼭지로 젖을 물리는 줄 알았다. 그게 상식인 줄 알았다.
이래서 상식이라는 건 믿으면 안 된다. 우리가 안다고 자부하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편집된 사실이다. 우리는 편집된 사실을 편향적으로 섭취한 뒤 상식이라 믿는다. 코끼리는 항상 젖가슴이 있었다.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없던 나는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2008년 CERN의 강입자 충돌기가 처음 가동한 순간 다른 차원이 열려 현실의 디테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가설이다. 사실을 못 받아들이는 인간은 음모론자가 된다.
우리는 모두 ‘코끼리 만지는 장님’이다. 누구에게 코끼리는 기둥이다. 누구에게는 뱀이다. 누구에게는 부채다. 내가 만진 부분만으로 전체를 안다고 우기며 산다. 진실을 안다고 착각하며 산다. 참, 여러분은 카멜레온이 배경에 맞춰 몸 색을 바꾸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