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 대구아카데미에서 한 관객이 예매를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
“너무 아쉽지예. 우리 청춘을 보낸 극장인데….”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 대구아카데미에서 만난 김아무개(66)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의 중심가 동성로를 65년 동안 지켰던 ‘대구 아카데미 극장’이 오는 23일 영업을 종료한다. 씨지브이 대구아카데미는 최근 누리집 공지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렸다.
김씨와 그의 친구는 이날 영화관에 와서야 영업 종료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벌써 40년 넘게 여기만 다녔다. 기업이 적자가 나서 문을 닫는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도 “동성로에 씨지브이가 3개나 있어도 우리는 여기만 온다. 위치도 제일 좋고, 단골들이 아직 있을 텐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 아카데미 극장은 1961년 2월 대구시 중구 남일동 현재 자리에서 단관 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좌석 740석, 입석 300석으로 총 1040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카데미 극장은 당시 제일극장, 한일극장(현 씨지브이 대구한일)과 함께 대구 3대 극장으로 꼽혔다. 대구가 고향인 영화인 봉준호 감독이 어린 시절 이곳에서 ‘로보트 태권브이’를 봤던 기억이 난다고 밝히기도 한 곳이다. 19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 극장 등장과 함께 아카데미 극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2001년 ‘아카데미시네마’라는 이름으로 6개 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다 2004년 프리머스시네마에 인수돼 ‘프리머스시네마 대구 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 대구아카데미 앞 ‘아카데미 광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규현 기자 |
극장 앞 ‘아카데미 광장’은 시민들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이기도 했다. 아카데미 극장 앞으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2번 출구가 생기면서 동성로 중심가로 가는 입구가 됐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업무를 위해 대구에 왔다가 아카데미 극장에 들렀다는 50대 이아무개씨는 “내 기억에 아주 오래전부터 중심가에 극장이 크게 있어서 대구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9년 한차례 문을 닫았던 극장은 2년 만에 롯데시네마에 인수돼 ‘롯데시네마 대구 아카데미’로, 2014년 씨지브이가 인수해 지금의 이름이 됐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으며 2020년 한때 영업을 중단했다가 2021년 4월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아카데미 극장은 반세기 넘게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면서도 ‘아카데미’라는 명칭은 유지했다.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 대구아카데미 앞 ‘아카데미 광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규현 기자 |
20대가 된 뒤 아카데미 극장 단골이 됐다는 장세영(29)씨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른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를 여기서는 볼 수 있어서 거의 이곳만 다녔다. 아트하우스에서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키웠다고 할 정도로 추억이 많은 곳인데 많이 아쉽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극장은 대구 지역 씨지브이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이었다. 씨지브이 쪽은 공지를 통해 “아트하우스 재오픈 일정은 추후 공지를 통해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극장 건물 활용 방안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카데미에 이어 씨지브이 대구수성도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해 한달 새 두곳이 문을 닫는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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