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임에도 전셋값이 수억 원씩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기존 세입자와 신규 계약자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달 전세 갱신 계약으로 17억 8500만 원에 거래됐다. 기존 보증금에서 5%만 인상한 금액이다. 반면 같은 면적의 신규 전세계약은 2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10월에는 24억 원에 신고가 거래도 나왔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임에도 계약 방식에 따라 최대 6억 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84㎡의 경우 현재 전세 시세는 15억~16억 원대지만 지난해 말 체결된 갱신 계약은 13억 원에 그쳤다. 시세 대비 3억 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서초구 동부센트레빌 역시 비슷하다. 전용 145㎡는 지난해 11월 신규 계약이 29억 원에 이뤄졌지만, 불과 며칠 뒤 체결된 갱신 계약은 25억 7250만 원으로 3억 원 넘게 차이가 났다.
‘강남 옆세권’으로 불리는 과천도 예외는 아니다. 과천자이 전용 84㎡는 최근 갱신 계약이 9억 4500만 원에 체결됐는데 이는 인근 전세 시세(12억 원대)보다 2억 5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이 같은 전세 이중가격 현상은 전셋값 상승 속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14만 7839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6만 2772건이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56%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사례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격은 매매가 흐름에 종속되는 구조”라며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일수록 전셋값 상승폭도 커져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가격 차이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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