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김건희 여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준비할 때 김성훈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체포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국무위원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건희 “법조인들과 상의해 법률적 대응도 부탁” 주문
20일 조선비즈가 확보한 판결문에는 체포 방해 당시 대통령 관저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대화가 등장한다.
공수처는 2024년 12월 31일 법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작년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때는 실패했고, 같은 달 7일 다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15일 2차 집행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에 성공했다.
김 여사와 김 전 차장은 2024년 12월 말 텔레그램으로 공수처 체포 시도와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 여사가 “관저 압색(압수수색)은 당장은 안 되는 거죠”라고 묻자, 김 전 차장은 “네 앞으로도 압수수색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김 여사가 “차장님 넘(너무) 감사드립니다”라고 하자, 김 전 차장은 “영부인님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계십시오”라고 했다.
또 김 여사가 “관저 대비실(대통령비서실)을 압수수색할 수 있는 특검법을 민주당서 발휘(발의)한다 하는데 그게 통과되면 경호처에서 막을 수는 없는 거죠”라고 묻자, 김 전 차장은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아 그래도 막을 수가 있는 건가요. 브이(V, 윤 전 대통령)는 살짝 걱정을 하십니다”라고 물었다. 김 전 차장은 “내란혐의이고 형이 확정되지도 않고 현재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내란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현직 대통령을 특검 아니라 더한 것이 온다 그래도 현행 경호법상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법조인들과 상의하셔서 법률적 대응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일신의 안위와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했다”며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2025년 1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호처와 대치 중이다. /조선DB |
◇사후 계엄 선포문, 1980년 신군부 계엄 문건과 유사하다고 판단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해제 후 만든 계엄 선포문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던 1980년 작성된 계엄 문건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문과 1980년 5월 17일 계엄 선포문, 같은 해 10월 16일 계엄 선포문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세 계엄 선포문에 ‘대통령 서명란’ ‘계엄 선포 일자’ 국무총리의 서명란’ 등이 동일하게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비상계엄 해제 후 만든 계엄 선포문에 대해 임의로 만든 참고자료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는 향후 계엄 선포 요건 구비 여부가 문제될 경우 등에 대비해 헌법 제82조에서 정한 문서주의 및 부서제도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문서로 사용할 목적으로 작성된 공문서”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尹 측 ‘메시지 계엄’ 주장은 ‘국무위원 심의 방해’ 유죄 인정 근거 돼
윤 전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에 내란 의도가 없었다면서 ‘메시지 계엄’(경고용 계엄)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점은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이 일부 국무위원은 국무회의 소집 소식을 알리지 않아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시 국회 통제 등 물리적 조치 없이 국민들에게 국가안보위기 상황, 야당에 의한 국정 마비 상황 등의 현황 및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의 이른바 ‘메시지 계엄’을 선포하려고 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며 “주장에 따르더라도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못할 정도의 긴급성과 밀행성이 요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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