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문 막대기로 몸을 긁는 소 ‘베로니카’(Veronika)[Antonio J. Osuna Mascaró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소가 몸을 긁을 때 도구를 이용하며, 의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가 최초로 확인됐다.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앨리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팀은 20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는 한 농부가 10년 넘게 반려동물로 키워온 스위스 브라운(Swiss Brown) 종 암소 ‘베로니카’가 솔이 달린 막대를 입에 물고 몸을 긁는 것을 촬영해 연구팀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는 “영상을 보는 순간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지적 관점에서 거의 생각지도 못했던 종에서 나타난 의미 있는 도구 사용 사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소가 의도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한 쪽에 솔이 달린 막대를 무작위 방향으로 놓고 베로니카가 이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베로니카는 입과 혀로 브러시를 들어 올린 뒤 솔 쪽으로는 등과 같은 넓고 단단한 부위를 긁고, 부드럽고 민감한 하체 부위를 긁을 때는 매끈한 막대 부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체를 긁을 때는 크고 힘 있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하체를 긁을 때는 느리고 조심스러우며 정교하게 통제된 움직임을 보였다.
입에 문 막대기로 몸을 긁는 소 ‘베로니카’(Veronika)[Antonio J. Osuna Mascaró 제공] |
연구팀은 “베로니카는 물체로 몸을 긁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도구의 서로 다른 부분을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며 “이는 소가 진정으로 유연하게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소에서 도구 사용이 확인된 최초 기록이며, ‘다기능 도구 사용’까지 확인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다기능 도구 사용’이 확인된 것은 침팬지와 사람뿐인데, 도구 사용 능력을 지닌 동물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가축 종의 인지 능력은 그동안 과소 평가돼 왔다며 이는 가축을 이용 대상으로만 보는 역할 인식과 고기 소비와 관련해 동물에 마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베로니카의 환경이 이런 행동에 중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베로니카가 반려동물로 개방적이고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물체와 상호작용하며 오래 산 덕분에 이런 능력을 갖게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는 “가축의 지능에 대한 기존 가정은 실제 동물의 인지적 한계라기보다는 관찰의 부족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이 연구 결과는 그동안 소의 인지 능력이 과소 평가돼 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