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런던에 추진 중인 유럽 최대 규모 중국 대사관의 건설을 허가했다. 2018년 중국이 부지를 매입한 지 8년 만이다. 간첩 활동 거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템스강변 옛 왕립조폐국 건물과 부지에 조성 예정인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은 2018년 약 2만㎡(6050평)를 2억5500만 파운드(약 501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2022년 이 자리에 유럽에서 가장 큰 중국 대사관을 짓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나 관할인 런던 타워햄릿 구의회는 안전·보안, 교통 혼잡, 관광 악영향 등을 우려하며 신청을 기각했다. 표면상으로는 안전과 혼잡 문제를 내세웠지만 런던 중심에 대형 중국 대사관이 들어오는데 대한 영국인들의 심리적 반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멈춰서 있던 대사관 건립 계획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전화로 허가를 직접 요청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구의회는 또다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국이 올 들어 입장을 바꾼 이유는 스타머 총리가 이달 중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 이후 영국 정상으로는 첫 방중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 성사는 대사관 건축 허가에 달려있었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건축 허가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중국 대사관 신축 허가를 놓고 영국 현지에서는 안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 14일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중국 대사관의 검열되지 않은 설계도를 입수했다며 건물 지하에 최대 208개의 밀실형 공간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지하 핵심 시설이 가려진 도면만 영국 당국에 제출해왔다. 설계도에 따르면 일부 지하 공간은 런던 금융가의 핵심 통신망을 구성하는 광섬유 케이블과 수 미터 거리에 불과하다. 특히 지하 밀실 중 하나는 외벽을 철거해 재건할 계획인데 이 외벽이 광섬유 케이블과 약 1m 거리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청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버킹엄대 정보·안보학과 교수인 앤서니 글리스는 “도면만 봐도 방들이 케이블에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며 “이는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을 겨냥한 중국의 정보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사관 단지의 규모를 언급하며 비판 세력에 대한 불법 구금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반발도 거세다. 보수당 소속 앨리샤 컨스 의원은 “중국 대사관 신축은 영국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핵심 금융 인프라의 심장부에 중국이 경제전을 벌일 발판을 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노동당 일부 의원들도 정부에 승인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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