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나의 커리어는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후 25년 동안 인터넷, e커머스, 빅데이터, 암호화폐 등 다양한 테크의 흥망성쇠를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겪었고, 작년 말 인공지능(AI) 엔지니어로 퇴직했다. 그사이 한국에서 3D 업종으로만 여겨지던 개발 직종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라는 선망의 직장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고, 컴퓨터 사이언스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이 되며 빅테크 기업들이 최고의 일터로 떠오르는 장면도 지켜봤다.
2026년에 들어선 지금, 세상이 얼마나 더 변할지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100년 전 비슷한 전환의 시기를 돌아보면, 지금의 변화가 유별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트 형제가 겨우 12초 동안 36m를 비행했던 1903년으로부터 불과 22년 뒤, 시속 250㎞로 나는 전투기가 등장했다. 다시 2년 후인 1927년에는 찰스 린드버그가 단독 무착륙으로 대서양을 횡단했다. 마르코니가 모스 부호로 짧은 신호를 보내던 1900년에서 불과 20여년 만에, 라디오는 음성과 음악을 수백만가구로 실어 나르는 매체가 되었다. 1920년 KDKA가 최초의 상업 라디오 방송국으로 문을 열었고, 1925년 무렵 미국 전역에는 수백개의 방송국이 생겨났다. 도시 가정에서는 전화기가 일상적인 물건이 되었다. 말과 마차가 주된 교통수단이던 시대는 빠르게 저물었다. 1925년 무렵 미국에는 이미 17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2026년에 들어선 지금, 세상이 얼마나 더 변할지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100년 전 비슷한 전환의 시기를 돌아보면, 지금의 변화가 유별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트 형제가 겨우 12초 동안 36m를 비행했던 1903년으로부터 불과 22년 뒤, 시속 250㎞로 나는 전투기가 등장했다. 다시 2년 후인 1927년에는 찰스 린드버그가 단독 무착륙으로 대서양을 횡단했다. 마르코니가 모스 부호로 짧은 신호를 보내던 1900년에서 불과 20여년 만에, 라디오는 음성과 음악을 수백만가구로 실어 나르는 매체가 되었다. 1920년 KDKA가 최초의 상업 라디오 방송국으로 문을 열었고, 1925년 무렵 미국 전역에는 수백개의 방송국이 생겨났다. 도시 가정에서는 전화기가 일상적인 물건이 되었다. 말과 마차가 주된 교통수단이던 시대는 빠르게 저물었다. 1925년 무렵 미국에는 이미 17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새들만 날아다니던 하늘에 쇳덩어리를 띄워 대륙을 횡단하고, 어둡던 세상이 전기로 밝아졌다. 고립돼 있던 사람들은 전화와 라디오로 서로 연결되며, 세상은 작아지는 동시에 닿을 곳이 수없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난 25년간 SNS와 인터넷의 발달 역시 세계를 스마트폰으로 끌어들였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100년 전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과 2025년을 결산하고 2026년과 그 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1925년 사람들은 1926년을 맞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었을까. 제1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기술 발달로 찬란한 미래만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꼭 지금처럼 주식은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우상향한다며 투자를 권했을까. 그러나 세계는 불과 3년 뒤 대공황을 겪었고, 14년 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기술·과학·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전쟁과 기아, 가난은 사라지지 않았다. 1920년대의 광풍과 닮은 오늘날의 시장을 보며, 아이들에게 S&P500 인덱스 펀드를 권하는 내 모습에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나의 조언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얼마나 유효할까.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후의 IT업계는 미래가 매우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곧 우리는 진정한 테크 시대로 들어섰다. 그 시절, 내 전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이 2000년 이후의 시대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25년 동안 테크 직업이 눈부신 변화를 거쳐 선망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나의 퇴직을 기점으로 앞으로의 25년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릴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훗날 나의 조언을 되새기며, 참으로 촌스럽고 근시안적인 조언이었다고 회상하지는 않을까 두렵다.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신년사로 엄숙하게 인생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대신, 나는 조금 비겁한 루트를 택했다.
“너희는 모를 거야. 엄마가 어릴 때 <아르미안의 네 딸들> 명작 만화책이 있었는데 말이야, 거기에 이런 명대사가 나온단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나도 모르겠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잘 살아라”는 말을 나름 그럴듯하게 포장해, 그렇게 2026년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주한나 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데이터 과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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