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기자 = 최근 금융·증권 범죄는 과거보다 구조와 수법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고도의 설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거친 자금 이동, 가상자산과의 결합 등이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투자 상품처럼 포장되지만 일반 투자자가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도록 설계된 범죄가 늘고 있고, 일부는 설계 단계부터 변호사가 개입해 법망을 교묘히 비켜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투자 상품처럼 포장되지만 일반 투자자가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도록 설계된 범죄가 늘고 있고, 일부는 설계 단계부터 변호사가 개입해 법망을 교묘히 비켜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無檢시대 전문수사] 글싣는 순서
1. 빠르고 조직화된 기술 유출…기업 불안 더 커진다
2. "기술유출 수사 통찰, 기록 아닌 기억·경험에 남아"
3. "특허 전쟁, 공장 아닌 서버에서 벌어진다"
4. 금융·증권범죄 수사 '골든타임' 잡는 합수부…수사망 약화 우려
5. "사기적 부정거래 증가, 초기부터 변호사와 설계"
6. 중처법 강화되는데…경찰·노동청 수사 '컨트롤타워' 檢 공백 우려
◆ 금융·증권범죄, 합수부 없을 때 기소 숫자 반토막
20일 뉴스핌이 대검찰청을 통해 받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본부의 기소 현황에 따르면, 합수부가 합수단으로 복원된 2022년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2개월 동안 기소된 인원은 총 611명이다. 합동수사단은 재출범 후 2023년 5월 금융·증권범죄 합수부로 정식 직제화됐다.
반면 합수부 폐지 이후 복원되기 전인 2020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28개월간 기소 인원은 총 174명이었다. 월 평균 기소 인원을 비교하면 합수부 폐지 기간은 월 6.21명, 재출범 이후는 월 14.55명으로 기소 인원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담 수사 기능이 약화되거나 공백이 생길 경우 금융·증권 범죄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는 2013년 5월 시세조정·부정거래·자금세탁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를 위해 출범했으나, 2019~2020년 문재인 정부의 검찰 직접수사 축소 기조와 맞물려 폐지됐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폐지 이유에 대해 "합동수사대는 전직 검사들과 금융계의 담합으로 범죄의 온상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합수부 폐지 이후 금융·증권범죄 불공정거래 사건 등에 대한 대응력이 저하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2022년 5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시로 합수단이 재설치돼 1년 후 합수부로 정식 직제화 됐다.
김진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 합수부 부장검사는 "남부지검은 2013년 이후 10년 넘는 기간 동안 거래소, 금융위, 금감원 등 자본시장 주요 기관과 함께 금융·증권범죄 수사 시스템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며 "특사경 제도를 통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기관 파견을 통해 자문과 협업이 유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합수부에는 검사 6명, 수사관 1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 1명, 금융감독원 3명, 예금보험공사 3명, 한국거래소 1명, 국세청 1명 등 총 9명이 파견돼 있다. 금융위원회에는 검찰 수사관 2명이 파견돼 있는 상황이다.
◆ 검찰청 폐지 빈틈 노리는 금감원 특사경...非 공무원 수사권 오남용 문제
문제는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 이후 금융·증권 범죄에 대한 전문 수사 공백을 대체할 방안이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발표했지만, 중수청 조직 이원화나 보완수사권 등 쟁점만 남긴 채 신설 조직의 큰 틀조차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주도해 온 전문 수사 영역을 어떤 기관이 가져갈지, 그 중 합수부가 담당해 온 금융·증권범죄 전문 수사 기능을 어떻게 이관할지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수사체계 변화 과정에서 검찰 지휘를 받아온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검찰이 보유해 온 '인지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특사경은 '검사 지휘 사건'에 한해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도록 권한이 제한돼 있다.
비(非)공무원 조직인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형사수사권의 오남용 및 통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금감원을 모두 거친 한 로펌 변호사는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상품·회계·감독 제재 절차에 전문성이 있어 금융범죄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서도 "형사 절차, 인권보장, 영장 요건 심사 등은 별도의 법률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특사경에)광범위한 인지수사권 부여 시 적법절차와 기본권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금감원-거래소-남부지검 '협업구조', 노하우 계승·보완 논의 필요
[서울=뉴스핌] 윤창렬 국무조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소청법안 및 중수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총리실] 2026.01.12 photo@newspim.com |
특히 통제 장치 없이 특사경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위법수집증거 논란이나 과잉수사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결국 법정에서의 증거능력 다툼으로 이어져 공소 유지가 어렵고 피해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재 구축된 합수부의 협업 구조와 노하우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계승·보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로펌 대표는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을 거쳐 공소제기 단계에서 검찰로 넘어가면 시간이 크게 지연된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남부 합수단이 패스트트랙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수청이 이를 담당하더라도 주요 사건은 공소청 검사가 초기부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별도의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들이 금감원이나 거래소에 파견돼 전문지식을 습득해 온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경찰이든 중수청이든 금융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파견이나 전문 부서 지정 같은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