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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상속세 실질 최고세율 60%… ‘세금망명’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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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이민 주요 원인으로 지목
25년간 변함없는 과표기준이 문제
서울아파트 시세 3.8배로 오를 때
최고세율 적용기준은 30억 '불변'
부자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권
상속세 조정 아니라 근본적 개편을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모든 생명체의 목표함수는 '생존과 번식'이다. 야생동물이 본능적으로 물과 먹이가 풍부한 공간으로 이동하듯이 인간도 식량과 안전이 보장되는 권역으로 향한다. 여타 생물의 이동이 자연적 환경에서 비롯된다면 인간은 제도적 여건이라는 문명적 요소가 추가됐다. 전근대 시대의 개인에게 소속 집단과 국가는 운명이었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년 10월 언론에 소개된 국내 자산가의 해외이주 급증 소식은 우리나라 제도적 여건의 문제점을 나타낸다.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는 국내 백만장자 순유출이 2400명으로 3년 만에 6배로 증가했으며 유출자금은 152억달러, 약 22조원으로 추정했다. 세계순위로는 영국(1만6500명), 중국(7800명), 인도(3500명)에 이은 4위이다. 이와 별도로 KB경영연구소는 상속세가 해외투자이민의 주요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 근로소득세 및 자영업자 종합소득세의 최고세율은 45%이고 지방소득세 4.5%를 추가하면 49.5%가 된다. 준조세 성격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대략 10%를 추가하면 최고 60% 내외가 원천징수된다. 이 외에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교육세, 양도세, 취득세 등 각종 직접세를 추가로 납부한다. 기타 일상용 물품과 서비스 구입대금의 10%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이니 고소득자 평생 동안의 소득과 자산에 대한 세금과 준조세가 60% 수준이다. 여기에 상속세를 감안하면 생전과 사후의 최종적인 세금납부는 70%를 상회할 것이다. 특히 실질최고세율 60%의 상속세는 사실상 사망 후 약탈 수준으로 자산가의 소위 세금망명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평가이다.

또한 현행 상속세는 2000년 이후 25년간의 변함없는 경직된 과표 기준의 문제가 있다. 2000년 1인당 국민총소득 1428만원에서 2024년 5012만원으로 3.5배,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시세는 3.3㎡(1평)당 1000만원에서 3800만원으로 3.8배로 상승했다. 반면 최고세율 50% 적용기준인 30억원은 불변이다.

상속세는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퇴역군인 연금재원 확보를 위해 부과한 5%가 원형이다.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으로 귀족특권이 철폐되고 출현한 근대국가에서 평등한 시민들의 의무 차원에서 제도화됐다. 20세기 초반에는 서구 선진국에서 전쟁비용 및 복지재원 조달이라는 재정적 필요성에 부의 대물림을 제한한다는 이념적 배경까지 겹쳐서 80% 이상의 초고율 상속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이중과세 논란, 기업 연속성 단절이라는 부작용이 부각되며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거나 과세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최고 80%이던 상속세를 2005년 폐지했다. 1913년 설립되어 의약·바이오분야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던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Astra AB)의 창업세대 사망이 계기였다.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이 없는 후손들은 지분을 영국에 매각하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되었다. 이를 목격한 이케아, 테트라팩 등 여타 대기업 본사가 국외로 이전했다. 산업공동화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스웨덴은 좌우 정파를 초월한 합의로 상속세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동일한 맥락에서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쓰리세븐(777)이 대표적 사례이다. 1975년 설립되어 전 세계 손톱깎이 시장점유율 1위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으나 2008년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고 상속세 납부재원이 없는 후손들은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단위제품 시장에서 글로벌 차원의 기술과 생산·유통망을 확보한 알짜기업의 경영연속성이 제도적으로 파괴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세에 대한 제도개선 논의가 만발했으나 실질적 진행은 없다. 25년 전 부유층 기준의 상속세가 오늘날에는 대도시 중산층도 영향권에 들어올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 정책당국은 이런저런 사안마다 입맛대로 OECD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OECD 국가 중 세율 1위인 상속세의 개편은 지지부진하다. 국부유출, 기업연속성 단절 등 부작용은 창업세대의 퇴진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향후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경제활성화와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해 상속세에 대한 지엽적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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