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한 결정은 엄청나게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차고스 제도에 있는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의 B-1 폭격기들. AFP 연합뉴스 |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양의 차고스 제도 반환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이양하겠다는 영국의 결정은 “엄청난 어리석음의 행동”이라며 자신이 그린란드를 접수하겠다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해 5월22일 인도양의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로 이양하는 협정에 최종 서명했고, 현재 이 협정은 비준 단계를 밟고 있다. 차고스 제도에는 인도양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 디에고가르시아가 있다. 트럼프는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가 있는 차고스 제도가 모리셔스에 이양되면, 미국의 군사기지 운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충격적이게도, 우리의 ‘훌륭한’ 나토 동맹국인 영국은 현재 미국의 중요한 군사 기지가 위치한 디에고가르시아 섬을 모리셔스에 아무 이유도 없이 넘겨주려 한다”며 “영국이 매우 중요한 영토를 내주는 것은 엄청난 어리석음이고, 이는 그린란드를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수많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 중 또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완전한 약점 행위를 주목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덴마크와 그 유럽 동맹국들은 반드시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은 현재 영국 안팎에서 논란이다. 영국 상원 등에서는 안보 이유로 반대가 나오고 있고, 차고스 원주민들도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반환 자체를 거부하는 발언을 해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인도양에 있는 섬 나라 모리셔스는 1968년 영국에서 독립하며 차고스 제도도 새 독립국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은 모리셔스 독립 전인 1965년 차고스제도를 영국령 모리셔스에서 분리해 ‘영국령 인도양 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영국은 미국이 차고스 제도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기를 원하자 이에 응해, 섬 주민들을 1967년부터 1973년까지 배에 태워 모리셔스와 세이셸 제도로 강제 이주시켰다.
미국은 디에고가르시아 기지를 중동분쟁 때 B-52 폭격기 등 전략무기가 발진하는 기지로 활용하는 등 중동·아프리카·아시아를 잇는 핵심 전략기지로 운용해왔다.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모리셔스로부터 최소 99년간 임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섬 내 행정 및 사법권을 여전히 영국과 미국이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합의로는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의 운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린란드에서 미국이 자유롭게 군사활동을 할 수 있는 조약을 덴마크와 맺었음에도,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은 영국의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 반환이라는 점에서 과거 제국주의 식민시대의 종식으로 평가됐다. 이를 트럼프가 다시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앞서, 국제사법재판소(ICJ)와 유엔 등 국제사회는 영국의 차고스 제도 점유가 불법이라고 반환을 권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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