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기아 사장<사진>의 고민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자사 보유 라인업 재편에 따른 것이다.기아는 그동안 현대차와의 브랜드 위계 속에서 라인업 조정이 반복돼 왔다. 프리미엄 라인 K9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넘어서기 어려웠고, 기아의 독립 라인업 오피러스·엔터프라이즈·모하비 등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포지셔닝 한계에 부딪혔다. 전례를 감안하면 기아에 모델의 역할 설정은 늘 민감한 문제다. 친환경 전용 모델로 출발한 '니로' 역시 '셀토스 하이브리드'와 'EV3' 사이에서 입지가 흔들리며, 단종이 아닌 '라인업 재정렬'이라는 숙제를 다시 안게 됐다.
◇니로 부분변경 공개… 디자인은 진화, 입지는 숙제
20일 기아는 '더 뉴 니로'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번 부분변경은 2022년 1월 출시된 2세대 니로를 기반으로 한 상품성 개선 모델로, 브랜드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반영해 외관과 실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전면부에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했고, 실내에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수평적 대시보드를 적용해 전동화 모델 이미지를 강화했다.
다만 디자인 개선과 별개로, 니로의 국내 판매 흐름은 녹록지 않다. 니로는 2016년 출시 이후 기아의 대표 친환경 SUV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판매는 2022년 2만9491대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4년 1만4978대, 지난해에는 1만3600대까지 줄었다.
◇셀토스·EV3에 밀린 니로… 겹치는 포지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라인업 중복이 꼽힌다. 니로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와 경쟁하는 구조인 데다, 올해 소형 SUV 시장의 주력 모델인 셀토스에 하이브리드가 추가될 경우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니로 EV 역시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과 비교해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니로 EV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2018년 출시 첫해 3433대를 기록한 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2022년 9194대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 2024년 1388대, 지난해에는 295대 판매에 그쳤다. 반면 같은 시기 기아 전기차 전용 모델 EV3는 출시 첫해인 2024년 1만2851대에서 지난해 2만1212대로 65% 이상 성장하며,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니로를 단순히 '정리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니로의 수출 물량은 9만114대로 10만대 벽이 무너지긴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 |
◇"연비는 니로, SUV는 셀토스"… 역할 분담
송호성 사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셀토스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니로의 역할을 '연비 최우선 하이브리드'로 규정했다. 송 사장은 "니로 하이브리드는 연비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발한 차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좋은 모델"이라며 "연비를 중시하면 니로 하이브리드, SUV 감성과 공간을 원하면 셀토스 하이브리드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V3 출시 이후 니로 EV와의 중복이 있었지만, 전기차는 EV3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기아의 선택지는 단종 여부가 아니라 라인업 재정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EV3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주력 EV로,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SUV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로 가져가고, 니로는 연비와 효율을 중시하는 친환경 SUV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방향이다. 더 뉴 니로의 상품성 개선 역시 이런 전략적 재배치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입장에서 니로는 친환경 전략의 출발점이자 글로벌 볼륨 모델"이라며 "셀토스와 EV3 사이에서 애매해진 국내 입지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송호성 사장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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