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수청법과 공소청법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검찰개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검사가 직접 수사에서 손을 떼는 이른바 '무검(無檢)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구현하면서도 국가의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가 검찰개혁 앞에 놓였다.
그러나 현재 검찰개혁 논의에서 빠져 있는 부분은 검찰이 축적해 온 전문 수사 역량을 어떻게 제도권 안에 녹여낼 것이냐는 문제다. 산업기술 유출, 주가조작, 중대재해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이 공백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無檢시대 전문수사] 7회 기획을 통해 산업기술 유출·주가조작·중대재해 등 각 영역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관련 전문 변호사와 법률가들의 진단과 제언을 더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새 틀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박민경 기자 = 중국 지방정부가 2조6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D램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성공의 배경에는 삼성전자로부터 유출된 반도체 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검찰개혁 논의에서 빠져 있는 부분은 검찰이 축적해 온 전문 수사 역량을 어떻게 제도권 안에 녹여낼 것이냐는 문제다. 산업기술 유출, 주가조작, 중대재해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이 공백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無檢시대 전문수사] 7회 기획을 통해 산업기술 유출·주가조작·중대재해 등 각 영역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관련 전문 변호사와 법률가들의 진단과 제언을 더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새 틀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박민경 기자 = 중국 지방정부가 2조6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D램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성공의 배경에는 삼성전자로부터 유출된 반도체 기술이 있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 등) 혐의로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CXMT 개발실장을 지낸 인물 등 핵심 개발 인력 5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CXMT는 2016년 5월 설립 직후 당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핵심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체계적인 기술 확보 계획을 세웠다. 이에 가담한 삼성전자 소속 직원은 이직 과정에서 수백 단계에 달하는 제조 공정 정보를 베껴가며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CXMT가 D램 양산에 성공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가핵심기술을 탈취하기 위한 범죄 역시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다. 핵심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수록 이를 겨냥한 지능형 범죄는 늘어나지만, 이러한 범죄를 전담해온 검찰청이 폐지되며 유사 범죄 대응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기술유출 범죄의 뚜렷한 변화는 범죄 양상이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외국 기업이 고액 연봉을 내세워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고 엔지니어가 기술 자료를 들고 해외로 이직하는 유형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외국 기업이 한국 내에 기술유출을 전제로 한 거점 법인을 설립하고 이 업체가 국내 기업 출신 엔지니어를 체계적으로 포섭해 유출 기술 기반의 제품·공정·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한 뒤 이를 해외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녀 교육 등 문제로 해외 생활을 꺼리는 엔지니어까지 영입하기 위한 전략이자, 노하우가 축적된 국내 협력업체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우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검사는 "이제는 단일 행위가 아니라 기업 운영 전반과 인력 이동, 연구·개발 과정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복합적이고 조직화된 범죄가 됐다"며 "기술유출 수사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양형 기준도 대폭 상향되면서 범행 수법도 그만큼 더 은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지검 연도별 기술유출 범죄 접수 건수는 2019년 32건(1심 유죄율 90.9%)에서 2020년 45건(72.2%), 2021년 41건(68.1%), 2022년 45건(93.3%), 2023년 63건(94.1%), 2024년 56건(88.9%), 2025년에는 84건(88.9%)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유출 범죄 증가와 맞물려 글로벌 기술 경쟁을 벌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추격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는 10나노대 후반이긴 하지만 우리가 10나노대를 하고 있는 만큼 추격 속도가 빠른 상황"이라며 "D램 기술은 2~3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보는데 기업 입장에서 기술유출은 매우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기술유출 범죄의 큰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 특허 및 지적재산권 범죄 역시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 공정 설계와 기술 정보, 연구 데이터,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등을 둘러싼 유출·침해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 없이는 진화하는 범죄에 대한 방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첨단기술 관련 지식재산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서 가장 큰 문제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주로 해외에서 해킹을 통해 기술이 유출되고 그 기술이 다크웹 등 음성적인 환경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추적이 매우 어렵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술유출 범죄의 경우 기술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수사 단계는 물론 공소 유지 단계에서도 요구된다. 그러나 공소청과 중수청이 분리돼 공소 담당 검사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될 경우, 법정에서 공소 유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기술유출 피고인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김운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세계 1위 K반도체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23 ryuchan0925@newspim.com |
현재 검찰 내 기술유출 전담 수사부는 서울중앙지검(정보·기술범죄수사부), 서울동부지검(사이버범죄수사부), 수원지검(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대전지검(특허범죄조사부) 등이 있으며 약 14명의 검사와 31명의 수사관이 기술유출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담 부서 외에도 전국 52개 검찰청에 기술유출 범죄 전담을 지정 운영하고 있으며 전담 검사 75명, 전담 수사관 115명이 지정돼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술유출 수사는 속도가 생명인데, 수사가 지연되면 결국 엔지니어는 빠져나가고 기술은 이미 유출된다"며 "검찰에 전담 부서가 생기고 난 뒤 대응 속도가 빨라졌는데, 만약 수사하는 사람이 기술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사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공소청법·중수청법안에 따르면 기술유출 범죄는 중수청의 수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중수청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법조인이 아닌 전문수사관으로 나누는 이원화 구조로 운영된다고 밝혔는데, 이 법안은 범여권 등의 반발로 다시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는 중수청 수사 인력들이 공소유지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도 공판 검사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사건이 많지만 큰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공판에 동행하기도 한다"며 "수사관이 법정에 참여해 조언하고 공판 검사가 수사관과 수평적으로 사건을 파악하며 공소를 유지하는 시스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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