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2025.4.17 |
기업이 성장할수록 혜택은 줄고 규제가 늘어나는 ‘성장 페널티’ 때문에 국내에서 연간 11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장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국내 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0.01% 수준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0일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SGI는 국내 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정, 분석한 모형을 통해 성장 패널티의 부정적인 효과를 산출했다.
그 결과 기업생태계 왜곡으로 인해 최대 국내총생산(GDP) 4.8%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GDP를 기준으로 볼 때 111조 원에 해당된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성장 페널티가 없었다면 지난해 국내에서 111조 원의 부가 더 창출됐을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장 페널티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로는 기업들이 인위적으로 성장을 멈추는 ‘안주 전략’이 꼽힌다. SGI는 “기업들이 50인, 300인 등 규제 장벽 앞에서 일부러 안주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저성장을 가져온다”며 “여기에 노동시장의 경직성까지 더해져 실업이 늘거나 인력 운용의 비효율이 발생해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SGI는 지금과 같은 규모별 규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노동시장만이라도 유연화하면 GDP의 4.8%에 이르는 손실을 1.9%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10~49명인 소기업이 5년 뒤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2018~2023년 기준 0.01%에 불과하다. 2018년 소기업이었던 1만 개 기업 중 1개 기업만이 300인 이상 기업의 문턱을 넘었다는 의미다. 26년 전인 1992~1997년 이 비율은 0.05%였다.
반대로 5년 뒤 여전히 영세 규모에 머무르는 비율은 2018~2023년 기준 62.4%다. 1992~1997년의 42.65%와 비교해 20%포인트 늘었다. 기업들이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보고서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퇴출의 병목 현상’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소기업의 5년 내 퇴출비율은 1992~1997년 54.36%에서 2018~2023년 35.24%로 떨어졌다. SGI는 “이는 좀비 기업들이 한정된 인력과 자본을 붙잡고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했다.
SGI는 옥석을 가리는 ‘성장 아니면 탈락’형 지원을 제시했다. 매출, 고용 증가율 등 혁신 지표를 매년 평가해 성과가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과감히 늘리고, 혁신 의지가 없는 기업은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자는 것이다. SGI는 또 담보 위주의 은행 대출만으로는 혁신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규제완화 등 민간 자본 중심의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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