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 오른쪽은 선고를 듣고 있는 윤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법 제공 |
체포 방해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가 적법하다고 보면서 공무소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예외인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에 대한 판단 주체가 법원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적법했고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이를 막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쪽은 지난해 1월3일 공수처가 책임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군사보호구역인 대통령 관저를 수색해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은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10조 1항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다만 같은 조 2항에는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윤석열 체포, 국익 해하는 경우 아니다”
20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사건 판결문에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계되는지 여부조차 공무소 등이 전권을 가지고 판단을 하도록 한다면 이는 형사소송절차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적 이익을 적절하게 비교형량할 수 없는 공무소 등으로 하여금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의 압수 여부 및 이러한 물건에 대하여 기존에 집행된 압수의 적법성 여부 등을 전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되어 자칫하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적 이익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적혔다.
이어 “법원이 공무상 비밀의 보호라는 초소송법적 이익과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적 이익을 조화롭게 비교형량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의 압수 여부 또는 이러한 물건에 대하여 기존에 집행된 압수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공무소 압수·수색 예외에 해당하는 “국가 중대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대한 판단 주체가 법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고 탄핵심판이 청구되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피고인을 내란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것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처는 영장집행 담당 공무원 등에게 2024년 12월30일자(발부시점) 체포영장 등의 집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지도 아니하였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이 체포영장 승낙을 거부한 것은 “형사소송법 110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봐아야 한다”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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