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 중에 아예 취업을 원치 않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기대하는 임금과 기업 관련 눈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일자리 미스매칭’과 같은 단기적 수급 상황에 대한 우려보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고용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한국은행이 20일 공개한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과 평가’ 보고서를 보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청년층(20∼34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상태 비중은 2019년 14.6%에서 2025년 22.3%로 뛰었다. ‘쉬었음’은 가사·육아·질병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취업 준비나 교육 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쉬었음’ 청년 증가는 주로 취업 경험이 있는 이들에서 나타났다. 취업 경험이 있는 ‘쉬었음’ 청년은 2019년 36만명에서 2025년 47만천명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취업 경험이 없는 ‘쉬었음’ 청년 인구는 같은 기간 10만명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쉬었음’ 청년 중 아예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2019년 28만7천명에서 지난해 45만명으로 6년 새 16만3천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비슷한 수준(13만명)을 나타냈다. 한은은 “‘쉬었음’ 청년층 중에서도 향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낮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취업 청년 중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로 적응도가 낮을수록 ‘쉬었음’ 상태에 머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선 학력 구성을 보면, 전문대졸 이하에서 ‘쉬었음’ 청년 비중은 지난해 기준 8.6%로, 4년제졸 이상 ‘쉬었음’ 비중(4.9%)을 크게 웃돌았다. ‘쉬었음’ 상태에 머물 확률을 분석해보니, 전문대졸 이하가 4년제졸 이상보다 6.3%포인트나 높았다. 또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수록 ‘쉬었음’ 상태 확률이 4.0%포인트씩 상승했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고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취업을 통한 기대 수익을 상대적으로 낮게 판단해 ‘쉬었음’으로 이행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그냥 쉬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다는 일반적 통념도 사실이 다르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보고서를 보면, 20~29살 쉬었음 청년이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유보임금)은 3100만원(세전 연봉 기준)으로, 구직 활동 중(3100만원)이거나 자기개발 등 인적투자(3200만원) 상태인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쉬었음’ 청년들은 일하고 싶은 기업 유형으로 중소기업(48%)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공공기관(19.9%), 대기업(17.6%), 창업(14.5%) 순이었다. 보고서는 “학력이나 취업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쉬었음’ 청년의 일자리 눈높이가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미스매칭 등 구직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용시장 환경이 ‘쉬었음 청년’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는 기존 분석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대신 한은은 ‘쉬었음’ 청년 증가 요인으로 ‘진로 적응도’가 낮다는 변수를 제시했다. 진로 적응도는 향후 진로에 대한 계획성, 주도성, 자신감 등 13개 항목을 물어 직업에 대응하는 태도와 자질을 측정한 지표인데, 분석 결과 진로 적응도가 낮은 청년은 높은 청년보다 ‘쉬었음’ 상태 확률이 4.6%포인트 더 높았다. 또 진로 적응도가 낮은 청년은 미취업 기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쉬었음’ 상태 확률이 5.1%포인트씩 상승해, 진로 적응도가 높은 청년층(2.6%포인트)보다 2배씩 높아졌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일자리 미스매치나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등 취업 여건이 어려운 것만으로는 ‘쉬었음’ 청년 증가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미취업 기간이 늘어날수록 진로 적응도가 떨어지고 노동 시장을 영구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취업 준비 장기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