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북도청에서 김관영 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전주 행정통합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
전북은 정부의 ‘5극3특’ 균형성장 전략의 ‘3특(강원·제주·전북)’ 중 한 곳이다. 타 지역에 비해 낮은 관심도, 전주·완주 통합을 둘러싼 주민간 극심한 이견 차이로 행정통합 논의에 속도를 못내고 있다. 자칫 거대 경제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광주·전남, 대전·충남 통합이 정부와 여당 주도로 급진전되는데 반해 전북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최대 현안은 역시 전주·완주 통합 문제다.
지역 정치권에선 속도전으로라도 양 지자체의 통합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20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오는 2월 말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를 전제로 지역의회 의결을 통해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 15일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 정부가 박수쳐 줄 때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이달 안으로 완주군의회가 통합 안건을 가결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전북도의회 브리핑실에서 완주군의회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완주·전주 행정통합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완주군의회 제공 |
전주·완주 통합은 앞서 세차례나 시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97년과 2009년에는 여론조사에서, 2013년 주민투표에서 모두 완주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흡수 통합’에 대한 불안과 농촌 소외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우범기 전주시장도 “인센티브를 놓칠 수 없다”며 통합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속도전’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완주·전주 통합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당장 22일로 예정된 김 지사의 지역방문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연초 시·군 순회 방문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상은 통합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용’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완주군의회의 입장은 한층 더 강경하다. 군의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와 일부 정치권의 완주·전주 행정통합 추진을 “민의를 짓밟는 정치적 폭거”라고 밝혔다.
유희태 완주군수가 이날 “도지사의 방문은 (통합) 결론을 강행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송병주 대책위원장은 “지난 2년간 소모적 갈등을 초래한 책임자가 책임 있는 사과 없이 완주를 찾는 것은 군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해 6월 25일 ‘완주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을 찾은 가운데완주 주민들이 김 지사를 향해 ‘완주·전주 통합’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전주와 완주 민심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최근 조사에서 전주시민의 83%가 통합에 찬성했지만, 완주군민의 65%는 반대했다. 특히 완주의 18~29세 청년층은 반대비율이 80%에 달했다.
완주에 거주하는 김연순씨는 “행정통합 이후 복지 혜택 축소와 혐오시설 이전 우려가 큰데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엄성복씨도 “전북의 낙후는 통합을 안 해서가 아니라 정치의 책임인데, 왜 그 부담을 완주가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중앙 정치권도 전주가 지역구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통합 찬성인데 반해 완주가 지역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민의 뜻이 최우선”이라며 속도전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초광역 경쟁 속에서 전북이 밀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외면하기 어렵다”면서도 “속도와 효율만 앞세운 통합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지금, 전북이 어떤 변화의 길을 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세워질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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