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이재명 정부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 과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면서 쿠팡·배달의민족·카카오T 등 국내 플랫폼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플랫폼 노동이 ‘법 밖의 영역’에 머물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계약·배치·평가·수수료 체계 등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노동을 통제해온 수단이 법과 제도로 규제받는 플랫폼 2.0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다만 기존 플랫폼 운영방식에 대한 규제 강화는 결국 비용 증가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플랫폼 노동이 ‘법 밖의 영역’에 머물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계약·배치·평가·수수료 체계 등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노동을 통제해온 수단이 법과 제도로 규제받는 플랫폼 2.0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다만 기존 플랫폼 운영방식에 대한 규제 강화는 결국 비용 증가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택배노동자 추석 명절 휴식권 보장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플랫폼 노동자·특고·프리랜서 800만명 법으로 보호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형태와 계약 명칭에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을 법의 보호망안에 넣는 게 목표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 약 800만명은 그동안 전통적인 형태의 노사관계 아래 임금근로자가 아니란 이유로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공정 계약의 의무화다. 법이 제정되면 플랫폼이나 사업주는 일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서면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바꿀 수 없다.
보수 산정 방식과 정산 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배달기사들이 겪어온 ‘갑작스러운 계정 정지’나 프리랜서·크리에이터들이 호소한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등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A씨가 3개월 계약으로 일하다가 별다른 설명 없이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면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정당성을 따질 수 있게 된다.
둘째는 안전·인격권 보호 강화다. 플랫폼 종사자는 고객의 폭언·성희롱·괴롭힘에 노출돼도 대응할 마땅한 절차가 없었다. 기본법은 이러한 상황을 금지하고, 사업주가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대리운전기사 B씨가 술 취한 승객의 폭언을 신고해도 플랫폼이 “개인 간 문제”라며 방관하던 관행이 대표적이다. 법이 시행되면 플랫폼은 즉각적 대응, 계정 보호, 고객 제재 등 구체적인 구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셋째는 분쟁조정 체계의 신설이다. 보수 미지급, 부당한 계약해지 등 경제적 분쟁은 노동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여기에 새로 고용노동부가 새로 설립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지원재단’이 상담·법률 지원·소송까지 맡으며 구제 절차를 돕는다.
특히 플랫폼이나 사업주가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행사를 이유로 보복성 조치를 취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강화했다. 예컨대 배달기사 C씨가 수수료 문제로 항의한 뒤 ‘배차 제한’을 당했다면, 곧바로 제재 대상이 된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한국노동공제회)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이동노동자를 대상으로 ‘겨울철 이동노동자 안전캠페인 따끈따끈 간식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동공제회 |
사업자가 아닌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자 추정제가 시행되면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법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뒤바뀐다. 가장 큰 변화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 사업자와 분쟁이 벌어질 경우 스스로 ‘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임을 입증해야 했다. 출퇴근 통제 여부, 업무 지시, 패널티 구조 등을 본인이 증명해야 했지만 자료 접근이 쉽지 않아 분쟁에서 패소하거나 진정이 결론 없이 종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법이 통과되면 노동자는 단 한 가지, “내가 이 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배달기사는 배차·배달 기록, 대리기사는 운행·탑승 기록, 웹툰 작가는 연재·정산·작업 이력 등이다.
이후 해당 종사자가 플랫폼 노동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임을 입증할 책임은 플랫폼 기업에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영업기밀로 취급해온 배차 알고리즘, 평가·패널티 체계, 물량 배정·관리 시스템 등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반증은 노무수령자가 해야 하며, 지휘·감독 여부는 배차·평가·업무관리 자료를 검토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 라이더가 “실질적 노동자였다”며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경우, 라이더는 배달 기록과 정산 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이후 배민은 배차 시스템이 업무량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 평점 시스템이 라이더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증명해야 한다. 폴랫폼 기업측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라이더는 노동자로 인정되고 배민은 연장근로수당·퇴직금 지급 의무를 안게 된다.
카카오T 대리기사 사례도 마찬가지다. 술 취한 승객의 폭언을 신고한 뒤 계정이 제한됐다고 주장할 경우 대리기사는 운행 기록만 제시하면 된다.
이후 카카오T는 고객 평가가 사실상 인사평가에 준하는 통제인지, 특정 시간대에 업무를 강제하지 않았는지, 배차 제한이 정당했는지를 반증해야 한다. 플랫폼의 평점·패널티 시스템이 ‘지휘·감독’으로 해석될 경우 노동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웹툰·디자인·콘텐츠 등 프리랜서 직군도 예외가 아니다. 편집자의 반복적인 수정 지시, 납기 관리, 중간 점검 등이 사실상 지휘·감독으로 인정되면 노동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노동자 추정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근로감독 강화 장치도 함께 도입한다.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자료제출 요구권’ 신설이다.
감독관이 기업에 계약 내용, 배차·평가 시스템 등 근로자성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고, 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노동부가 국세청의 소득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돼 어떤 사업자에게서, 얼마의 소득을 어떤 형태로 받았는 파악해 가짜 3.3(프리랜서 위장 계약)을 적발하기 용이해진다.
쿠팡·배민·카카오T 등 배송·배달·대리운전 플랫폼 직격탄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시행되면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될 곳은 쿠팡·배민·카카오 등 플랫폼 산업이다. 특히 배송 뿐 아니라 배달·콘텐츠 제작 및 송출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쿠팡이 입게 될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쿠팡플렉스(개인 배송자), 물류센터 협력직 등 플랫폼 기반 노동군이 다양하다.
이 가운데 쿠팡플렉스와 같은 개인 배송자까지 노동자로 인정될 경우 연장근로수당·4대보험·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결국 배송 단가 조정이나 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민라이더스는 플랫폼이 배차·업무 품질을 관리하는 비중이 높아 근로자성 인정 위험이 가장 큰 직군으로 꼽힌다. 배민커넥트(자유 배달) 역시 보상 체계, 패널티 적용, 배차 우선순위 등이 사실상 지휘·감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근로자 인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플랫폼은 인건비 증가분을 수수료나 배달비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배달비 인상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리운전은 그동안 배차 알고리즘, 평점 시스템, 패널티 제도 등이 모두 플랫폼 사업자가 대리 기사를 지휘·감독하고 있다는 근거로 지목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추정제가 시행되면 수만 명의 대리기사가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대리기사 플랫폼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급증하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배차를 제한하는 등 비용담을 덜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택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대기·이동도 노동시간…비용 인상·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특히 플랫폼 기업의 비용 증가가 결국 소비자 가격과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배달비·대리비·배송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로 인정되면 인건비와 법정 비용이 증가한다. 앞서 플랫폼 종사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스페인과 영국에서도 지위 확대 이후 배달료·운송료가 줄줄이 올랐다.
주문·배차 속도는 지금처럼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플랫폼 종사자가 사업지가 아닌 노동자라면 대기 시간·이동 시간까지 노동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어, 플랫폼은 더 이상 ‘24시간 즉시 배차·즉시 배달’을 위한 대기 인력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피크 시간대 배차 지연이나 기사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수익성이 낮은 교외·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서비스 축소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 인정으로 인건비·보험료·안전 조치 등 고정비가 늘어나면, 주문량이 적은 지역은 적자 구조로 전환된다. 스페인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법은 플랫폼 기업에 고객 폭언 대응 체계, 무리한 배차 제한, 안전·보건 조치 강화를 요구한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조금 비싸지고 조금 늦어지더라도 더 안전한 플랫폼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