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르포]잠실 르엘 입주 첫날…‘10억 로또’ 열기에도 거래는 잠잠

이데일리 김은경
원문보기
영하 한파 녹인 열기…입주지원센터 ‘북적’
현금 12억 있어야 입성…5060 자산가 주류
‘트리플 역세권’ 강점, 입주민 만족도 높아
사라진 입주장 특수…규제에 얼어붙은 송파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영하 10도 안팎의 매서운 추위가 이어진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입주 첫날을 맞은 ‘잠실 르엘’ 단지에는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가로등 불이 켜진 채 입주민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화단에서는 막바지 조경 작업이 이어졌고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단지를 오갔다. 단지 앞 상가에는 통신사와 베이커리, 카페 입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오전 9시가 되자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철제 펜스가 하나둘 철거되기 시작했다. 정문을 오가는 차량 통행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단지 곳곳에는 입주지원센터로 향하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한 입주민들은 서류 봉투를 손에 쥔 채 종종걸음으로 센터로 향했다.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센터 내부는 이동통신사와 렌탈업체들의 판촉으로 북적였다. 통신사들은 사은품을 나눠주며 약정 조건을 안내했고 지하 주차장에는 입주민 혜택을 내건 대형마트와 입주 청소·렌탈 업체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센터 운영이 시작되자 조합원 확인처 앞에는 번호표를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키 불출(열쇠 지급)과 서류 접수를 기다리는 입주민들로 대기 공간은 금세 붐볐다.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신혼부부보다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가 단지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입주지원센터에서 입주민들이 번호표를 뽑고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입주지원센터에서 입주민들이 번호표를 뽑고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롯데건설이 시공한 잠실 르엘은 지하 3층~지상 35층, 13개 동, 전용면적 45~145㎡, 총 1865세대 규모의 대단지다. ‘10억 로또’로 불리며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31.6대 1, 최고 761.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완판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시세 대비 큰 차익이 기대된 데다, 강남권 신축 단지라는 희소성이 수요를 끌어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3일 4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높은 시세 차익 이면에는 부담도 따른다. 정부의 6·27 대책 이후 강남권에서 처음 분양된 단지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당첨자들은 전용 74㎡ 기준 최소 12억원 안팎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했다. 규제 부담에도 불구하고 입지와 희소성이 이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인근 파크리오 아파트에서 거주하다 이사 왔다는 김희주(가명·67)씨는 “기다렸던 곳에 들어오게 돼 기쁘다”며 “커뮤니티 시설이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럽고 지하로 동선도 개방감도 좋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차 운전을 선호하지 않는데 2·8·9호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입지도 마음에 든다”며 “이삿짐도 이미 다 들여놨다”고 했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이동통신사 홍보 부스가 늘어서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이동통신사 홍보 부스가 늘어서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잠실 르엘은 잠실역(2·8호선), 잠실나루역(2호선), 송파나루역(9호선)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다. 롯데월드몰과 백화점, 석촌호수, 한강공원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도 강점으로 꼽힌다.

7년 넘게 입주를 기다렸다는 조합원 이지선(가명·58)씨는 “잠실에서 새 아파트로 재건축되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만큼 입주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사 일정은 3월이지만 커뮤니티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벌써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단지 안의 열기와 달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신천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새 정부 들어 각종 규제가 이어지면서 송파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며 “대단지 입주가 시작됐다고 해서 거래가 살아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신축 단지가 호가를 끌어올리면 주변 단지들이 이를 따라가는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입주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입주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잠실역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이미 주요 매물 가격이 상당 폭 오른 상황에서 현재 시장은 입주 여부보다 규제와 경기 상황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입주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늘며 주변 전셋값이 하락하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거주 의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임대(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 않는 데다, 대출 규제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고 입주 물량 자체도 예전만큼 크지 않아 이 같은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입주장 효과가 약해진 흐름은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이 실입주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전세나 월세로 나올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 한 입주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고가 신축 단지가 들어서며 형성된 호가가 고착화하면 결국 실거래 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차량이 오가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차량이 오가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이민정 이병헌 션 리차드
    이민정 이병헌 션 리차드
  2. 2그린란드 지정학적 갈등
    그린란드 지정학적 갈등
  3. 3아시안컵 한일전 패배
    아시안컵 한일전 패배
  4. 4이재명 가짜뉴스 개탄
    이재명 가짜뉴스 개탄
  5. 5김하성 부상 김도영
    김하성 부상 김도영

이데일리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