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세상을 보며] 안용주 전 선문대 교수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국회 법사위 발언을 듣고 나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이 오버랩되며, 윤석렬의 '비상계엄 선포'만큼이나 소름이 돋았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국회 법사위 발언을 듣고 나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이 오버랩되며, 윤석렬의 '비상계엄 선포'만큼이나 소름이 돋았다.
조직이 개인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진함으로 법무장관을 하고 있다니, 진정 어리석음의 극치라 하겠다. '조직은 절대 사람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 오직 법(法)과 제도(制度)에 의해서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행정학 개론정도만 공부해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일본이 전쟁에 패망한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관료(官僚) 시스템'을 꼽는다. 부패 스캔들로 수상(首相)이 체포되는 대형사건이 발생해도, 관료체제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계획된 스케쥴을 이어가고, 새로운 수상(首相)이 대체되면 그만이다. 섣부른 정치인이 장관(長官)으로 임명된들, 대부분은 보좌하는 관료들의 꼭두각시 놀이를 하면서 다음 선거를 위한 사진찍기에 동원될 뿐이다. 일본이 관료(官僚)사회로 대변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일본의 12개 성(省: 한국의 부(部)) 가운데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 오쿠라성(지금의 재무성, 한국의 기획재정부)으로 이곳을 '관료의 꽃'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대부분 도쿄대학 법학부와 경제학부를 졸업한 초엘리트군(群)의 집합체이며 '일본 관료제의 상징'과 같다. 자료에 따르면 1982년 27명의 오쿠라성 입성자 가운데 도쿄대 법학부 16명, 경제학부 6명이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면 이런 엘리트관료에 의해 사전학습을 받게 되는데, 이때 대부분의 정치인은 조직논리에 순응하는 일련의 '세뇌'에 가까운 학습을 받게 된다. 이 조직논리에 끝까지 저항한 정치인이 칸 나오토(管 直人)로, 훗날 제94대 일본총리가 된 인물이다. 그가 후생성(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환자에게 수혈하는 혈액제제가 HIV(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본적십자사가 안전하다며 계속 유통(1984)해서 약 2,000여명이 에이즈에 감염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 40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일본 후생성은 '환자의 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정보를 감추고, 병원 및 환자가 보관하던 혈액까지 소진시키도록하고 모든 정보를 묻어버리려고 시도했지만, 1996년 후생성장관으로 부임한 칸 나오토 씨는 관료들의 설득(조직의 생존논리)을 뿌리치고 모든 사건자료에 대한 공개를 강행함으로서, 후생성 관료들과 일본적십자사 임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유죄판결을 받도록 했다.
조직이 한 번 만들어지면 없애기 어려운, 없앨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이 단순한 기계적 구조물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생존을 추구하는 유기체적 특성을 지니면서,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회적 제도로 끈끈하게 신경망을 뻗치고 뿌리를 뻗기 때문이다. 윤석렬이 좋아하는 '카르텔'이 그것이다. 검찰은 자기가 그만두던 쫒겨나던 상관없이 변호사로 개업해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선배 검찰이 변호사고 후배가 검찰이다. 한국사회처럼 혈연(血緣)・지연(地緣)・학연(學緣)으로 얽혀있는 사회에서, 이들은 서로가 밀어주고 끌어주며 검찰을 그만두어도 검찰공화국의 한 축으로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이런 조직을 20년간 정치인으로 5선 국회의원을 한 변호사가, 어느 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흰 눈을 소복히 맞으며 시민의 손으로 만든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되어,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외친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들이 노무현정부의 검찰, 문재인 정부의 검찰과 다르다고?
20년 전 한국 정부예산은 약 207조원 정도였다. 2026년 이재명 정부는 약 730조원 규모의 예산을 세웠다. 국회의원 20년은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작업이었지만, 장관은 5천2백만 명의 국민 전체의 법적 권리와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다. 국민이 검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과연 지금의 법무부장관은 국민과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그에게 방하착(放下著)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선물하고 싶다.
세상이 나 아니면 안될 것 같지만, 그것은 집착이다. 자리가 아니면 내려놓는 것이 국민을 살리고 대통령을 살리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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