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의 모습. 2025.7.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서울=뉴스1) 이재상 이정후 장시온 기자 = 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로 우선 추정하는 이른바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나서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증 책임이 사업주로 전환되는 구조인 만큼, 법적·행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약 870만 명에 이르는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다. 노무 제공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지 못할 경우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입증 책임의 방향이 뒤집힌다.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강행 규정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 추정 원칙을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등 다른 노동관계법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대해 중소기업계와 벤처·스타트업계는 근로기준법 체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기준법상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서 사업주로 전환하는 제도"라며 "사회적 대화나 합의 기구를 통한 논의없이 추진되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단위로는)우리나라가 사실상 처음 도입하는 셈인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업주에게 요구되는 증명 부담이 현실적으로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휘·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 여러 요건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대기업은 법무 조직이 있어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짚었다.
법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은 지키지 못할 경우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데, 입증 책임이 전환되면 사실상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하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일괄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강행 규정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면서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신중한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소상공인은 '100만 폐업 시대'라고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제도 환경에서 과연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벤처·스타트업계 역시 제도 도입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프리랜서 활용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웹디자인이나 서비스 운영·관리 등 일부 영역에서는 외주 형태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인정하게 되면 주52시간제나 최저임금 규정이 모두 적용되는 구조인데, 이는 노동 유연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프리랜서 역시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기업과 동시에 일하는 형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노동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번 제도는 그 흐름과 다소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로는 상시 근로자 역할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편법을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이지만, 입법 단계에서 보다 정교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리랜서가 계약 종료 이후 근로자성을 주장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결국 실질적으로 근로자로서 근무했는지가 쟁점이 될 텐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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