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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저주' 푼 이지스, 국민연금의 보복?…센터필드서 '팽' 당할 위기

뉴스1 신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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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운용, 밸류업 성공하고도 퇴출 위기…"성과보수 아끼기 꼼수"

신세계 반발 속 국민연금 '침묵'…"스튜어드십 논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한복판. 과거 10년 가까이 '도심의 흉물'로 방치됐던 옛 르네상스 호텔 부지를 개발한 오피스 빌딩 '센터필드'가 위치해 있다.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크래프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입주해 있고, 최고급 호텔인 조선 팰리스까지 위치해 '공실률 제로(0)'를 자랑한다. 3조 원대 '트로피 에셋(Trophy Asset)'으로, 부동산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개발을 주도한 운용사(GP)는 펀드 만기를 앞두고 '토사구팽 위기'에 처했다는 평이 나온다. 투자자(LP)들이 성과 보상 대신 '운용사 교체'와 '자산 이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성과보수 삭감'과 국민연금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르네상스의 저주' 푼 이지스의 밸류업…투자자는 "운용사 바꿔라?"

센터필드 개발은 약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해당 부지는 2015년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이후 시장에 나왔지만, 복잡한 권리관계와 까다로운 인허가 문제로 인해 내로라하는 디벨로퍼들이 모두 손을 털고 나가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르네상스의 저주'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꼬인 실타래를 푼 곳이 이지스자산운용이다. 2018년 과감하게 부지를 인수한 이지스는 난해한 개발 과정을 주도적으로 풀어냈고, 2021년 준공과 동시에 글로벌 우량 임차인을 대거 유치하며 강남권역(GBD) 최고 임대료를 달성했다.


그런데 펀드 만기를 앞두고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전략적 투자자(SI)인 신세계프라퍼티가 돌연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추진을 "독단적 결정"이라고 문제 삼으며, 매각 중단과 운용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난이도 높은 개발 사업을 성공시킨 운용사에게는 높은 성과보수와 재계약 기회를 주는 것이 관례"라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GP를 상대로, SI가 전례 없는 강경 태도로 '방을 빼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산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셈법'이 숨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성과보수 깎으려는 꼼수?"… '스튜어드십'의 자기부정

무리한 운용사 교체 추진에 대해 시장에서는 '성과보수 삭감'을 노린 경제적 셈법으로 해석했다.


통상적으로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 '실제 매각가'를 기준으로 성과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센터필드처럼 가치가 급상승한 자산은 운용사에게 지급할 보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운용사를 교체하거나 자산을 이관할 경우에는 통상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정산하게 된다. 감정가는 실제 시장 거래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LP 입장에서는 운용사를 내보내고 감정가로 정산하는 것이 막대한 성과보수를 아끼는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도덕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실제로 보수를 아끼기 위해 10년간 자산을 키운 운용사를 내친다면, 이는 명백한 시장기만이자 모럴 해저드"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침묵과 동조…"만기 연장 불가, 매각 반대?"

주요 LP인 국민연금의 입장은 주요 변수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기 연장 불가'와 '매각 반대'라는 양립 불가능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자산을 고립무원 상태로 몰아넣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신세계를 앞세워 이지스를 압박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운용사 교체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기저에는 지배구조 변경(힐하우스) 과정 등에서 쌓인 특정 실무 라인의 '감정적 골'과, 성과보수 절감이라는 '경제적 실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ESG와 공정 투자를 표방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당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힘의 논리'로 박탈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9월 대출 만기 '시한폭탄'..."고래 싸움에 자산 터진다"

문제는 이러한 '복합 갈등' 속에 우량 자산이 볼모로 잡혔다는 점이다. 센터필드를 담보로 한 1조 2000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는 오는 9월로, 펀드 만기(10월)보다 한 달 앞서 도래한다.

신세계를 앞세운 국민연금의 '비토(Veto)'로 리파이낸싱과 매각이 모두 막힌 상황에서, 이대로 9월을 맞으면 대출 상환 실패로 인한 기한이익상실(EOD) 발생이 불가피하다.

한 부동산 금융 전문가는 "겉으로는 신세계와 이지스의 싸움 같지만, 핵심은 결국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며 "공적 연기금이 수수료 몇 푼을 아끼거나 감정적 이유로 1등 자산을 부도 위기로 내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은 국민연금의 '설명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나서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정당한 성과 보상을 회피하기 위한 운용사 교체를 심각한 '약탈적 행위'로 간주한다"며 "국민연금이 대외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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