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의 인천공항 공사 불법 인사 개입’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의 불법 인사 개입이 도를 넘었다”며 차라리 해임을 요청했다.
이 사장은 20일 국회 소통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초법적 권한 남용과 이로 인한 위험성을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자 섰다’며 최근 인천공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특정감사와 불법 인사 개입에 관해 설명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책갈피 달러’ 논란 이후 뜬금없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천공항 주차대행 서비스 개선안’에 대해 국토부에 감사를 지시해 인천공항은 10년 만에 유례없는 특정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연말에는 ‘청와대의 뜻’이라며 신임 사장이 올 때까지 인사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정기 인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뜻을 굽히지 않자 ‘3급 이하 하위직만 시행, 관리자 공석 시 직무대행 체제 전환, 인사 내용 대통령실 사전 보고 및 승인 후 시행’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불법적 인사개입이 이어졌고, 인사를 단행하자 ‘청와대에서 많이 불편해한다’는 노골적인 불쾌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의 불법 지시를 인천공항에 전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국토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외부로 알려지면 감당 못 할 것이라며 불안에 떨고, 인천공항 실무자들 역시 불법적 요구가 내려올 때마다 제게 보고하며 괴로워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차라리 사장인 저를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6월 낙하산으로 임명된 이 사장은 지난달 12일 국토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책갈피 달러’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명확한 답변을 못 해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은 뒤 청와대와 각을 세워왔다.
일부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이 사장이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이재명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3년 임기는 오는 6월 19일까지이지만, 지방선거를 위해 2~3월 중 조기 퇴직할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 직원들은 정치와 관계없이 공항 운영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장은 업무시간 중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인천공항 내부 문제를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며 “조만간 전 직원이 참여하는 사장 퇴진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 사장이 최근 인사권 행사가 방해돼 조직이 마비되고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공항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려는 시도”라며 “쟁점은 인사권이 아니라 이 사장이 인천공항을 책임질 능력과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장은 상임이사 임기가 끝난 인물을 투명한 절차와 공모없이 해외 법인장과 공항고속도로인프라(주) 상임이사로 보내려는 보은인사를 추진했다며, 공공기관 인사를 사적 보상 수단으로 전락시킨 명백한 인사 사유화이자 공공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 사장은 자신의 인사 시도에 제동이 걸리자 이를 ‘조직 마비’로 규정하고 정치권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이는 공항 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무능과 부적격 논란을 정치적 논쟁으로 전환하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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