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할수록 세금 등 부담은 늘어나고 혜택은 줄어드는 우리나라의 ‘성장 페널티’가 경제성장 가능성을 잠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 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인해 202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4.8%에 해당하는 111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와 조세 부담이 가중돼 기업들이 인위적으로 성장을 멈추거나 규모를 쪼개는 ‘안주 전략’을 선택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고용 여력이 줄고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에 인력이 몰려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규제와 한 번 고용하면 조정이 어려운 노동 경직성이 결합돼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SGI는 지적했다.
기업 생태계의 신진대사 정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창업 기업이 5년 뒤에도 여전히 영세한 규모(10~49인)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 60%에 육박하며 1990년대(40%) 대비 크게 증가했다. 소기업이 중규모 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과거 3~4%에서 2%대로 낮아졌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05% 미만으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반면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출률은 과거 60%에서 40%로 하락하면서 좀비기업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형국이 강화하고 있다.
고용 구조의 기형성도 저성장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 소기업의 노동 생산성은 대기업의 30.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생산성 격차가 가장 컸다. 하지만 고용은 오히려 소기업에 집중돼 있다. 제조업 내 소기업 고용 비중은 42.2%로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반면 대기업 고용 비중은 28.1%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SGI는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 지표를 매년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업 오어 아웃(Up-or-Out)’형 정책 지원 체계 구축을 제언했다. 또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중심의 자금 조달 생태계 육성과 기업 규모와 무관한 기본 공제 신설 등 성장 유인형 조세 체계의 재설계를 촉구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현장에서의 속도감 있는 이행”이라며 “규제와 조세제도의 과감한 재설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