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절 최형우. 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포기하는 순간 핑계를 찾게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게 된다.”
닥터 부용주, 그러니까 ‘낭만 닥터 김사부’가 한계를 느낀 제자 서우진을 일으켜 세울 때 한 말이다. 그는 후배 또는 제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쉬운 길을 찾으려 할 때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느닷없이 낭만 닥터 김사부를 끌어들인 이유는 2026시즌 KBO리그가 코앞에 다가와서다. 10개구단은 23일부터 순차적으로 미국과 호주, 일본, 대만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1군 풀타임’이라는 목표 아래 45일가량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시간이 다가왔다.
삼성 강민호와 최형우의 모습. 사진 | 삼성 라이온즈 |
10개 구단 사령탑은 “올해 스프링캠프는 팀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큰 변수로 떠올라서다. 각 팀 최고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데, 만에 하나 부상하면 시즌을 통째로 망칠 수 있다.
건강하게 대회를 마쳐도 실전을 일찍 시작했으므로 이른바 여름레이스 때 체력 저하를 호소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의미로 사령탑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시즌이다.
류지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화두는 ‘낭만’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최형우의 삼성 복귀와 강민호의 잔류, 히어로즈로 돌아온 서건창 등이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연어의 회귀본능에 비유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쨌든 시대를 풍미한 베테랑들의 귀환은 기대감과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으로는 베테랑들이 크게 주목 받는 스토브리그가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10개 구단 모두 “키워서 쓰겠다”며 육성 기조로 전환했지만, 지속성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여서 그렇다. 3년 5년 정도 키우면 전력을 완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실상은 FA 오버페이로 번지기 일쑤다. ‘낭만’이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서건창이 친정 키움에 복귀했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
대신 ‘낭만 선배 ○사부’가 탄생하면, 또 다른 얘기가 된다. 한계에 부딪힌 후배를 때론 경이로운 기술로, 또 때로는 뼈 때리는 말로 일으켜 세우는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해낸다면, 낭만 야구도 그 자체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낭만 야구’를 실현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WBC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은 어떤 형태로든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건 ‘젊은 피’일 수밖에 없다. 베테랑들의 ‘뼈때리는 가르침’을 잘 받아내면, 9월 열릴 아시안게임을 바라볼 수 있다. 시즌 내내 잘해야 할 동기가 있는 셈이다.
선발대로 괌 캠프지로 떠난 류지혁, 최형우, 강민호의 모습. 사진 | 삼성 라이온즈 |
그래서 2026시즌 KBO리그는 ‘뎁스’ 싸움이다.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은 때때로 포기하고 싶은 욕구와 맞선다. ‘만년 유망주’ ‘2군 베테랑’에 머무려는 후배들에게 베테랑이 날리는 ‘낭만 멘트’는 이런 게 아닐까?
“이런저런 핑계로 그 모든 게 쉬워지고 당연해지면, 너는 결국 어떤 취급을 당해도 싼, 그런 싸구려 인생을 살게 되는 거야.”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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