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사거리에서 버스가 인도로 돌진해 건물에 충돌해 있다. ⓒ뉴시스 |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발생한 704번 시내버스 돌진 사고와 관련, 운전기사가 주장한 ‘브레이크 고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내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운전기사는 제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황한 듯 수차례 발밑을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돼, 단순 페달 오조작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 KBS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시14분경 정류장을 출발한 버스는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이상 징후는 곧바로 나타났다. 운전기사 A씨는 차량 속도가 제어되지 않자 당황한 표정으로 운전석 아래 페달 쪽을 연신 쳐다봤다.
A씨가 발밑을 확인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사이,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후 교차로를 지나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하고 인도로 돌진, 보행자와 건물을 잇달아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충돌로 버스 승객들이 내부에서 나뒹굴었다.
정류장 출발부터 사고까지 걸린 시간은 약 50초였으며, 당시 버스의 최고 시속은 속도제한 장치 설정(50km)을 넘긴 55km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사고 과정에서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브레이크등 미점등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거나 가속 페달을 오인해 밟은 ‘페달 오조작’의 강력한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상 속 A씨가 발밑을 확인하는 행동을 보인 점을 들어, 전자적 오류나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브레이크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고 직전 들렸다는 ‘굉음’의 정체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고 현장 목격자들은 “버스가 ‘다다다’ 하는 굉음을 냈다”거나 비정상적인 소음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선 이를 급발진의 전조 증상인 엔진 굉음으로 해석했으나, 영상 분석 결과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연달아 충격하면서 발생한 마찰음과 파열음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장 목격자 B씨가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연속으로 부딪히며 큰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에게서 음주나 약물 반응은 나오지 않았으며, 해당 버스는 2022년 등록된 전기버스로 정비 이력상 특이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통계적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다수가 운전자 과실로 판명되는 점은 변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급발진 의심 사고 149건 중 73.2%가 페달 오조작으로 확인된 바 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기록장치(EDR)와 차량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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