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라트>의 한 장면. 찬란 제공 |
영화 <시라트>의 한 장면. 찬란 제공 |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북아프리카의 어딘가. 거대한 모래 산 앞에 사람 몸통보다 큰 스피커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람들의 비지땀이 모여 마치 성전 같은 스피커 탑이 완성된다. 사막 한가운데 열린 클럽, 둥둥대는 강렬한 전자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전자음악과 춤을 즐기는 ‘레이브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온 ‘레이버’들은 음악에 접신한듯, 눈을 감고 몸을 흔든다.
술과 마약에 취한 레이버들 사이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연락이 끊긴 자신의 딸을 찾고 있다는 루이스와 그의 아들 에스테반이다. 이들은 사막속 레이브 파티에 자신의 가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승용차 한 대로 이곳까지 찾아왔다. 부자는 사람에게 자신의 딸을 보았는지 묻고 다니다가, 자신들과 같은 스페인 출신의 한 레이버 무리를 만난다. 이 레이버들은 사막 너머에 있는 다른 레이브 클럽에 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루이스는 그들을 따라가기로 마음먹는다.
영화 <시라트>의 한 장면. 루이스(왼쪽부터), 에스테반과 레이버. 찬란 제공 |
시끄러웠던 레이브 클럽은 갑작스러운 군인들의 등장으로 고요해진다. 군인들은 “이곳은 접경지역으로 당장 대피하라”며 레이버들을 강제 해산시킨다. 라디오에서는 세상의 종말을 부를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흐르고 사람들이 줄지어 사막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루이스와 레이버 한 무리는 대열을 벗어나 위험천만한 사막을 횡단하기 시작한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시라트>의 제목 ‘시라트’(Sirāt)는 아랍어로 길 혹은 방식을 뜻하는 명사다. 동시에 이슬람교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잇는 유일한 다리를 의미한다. 이슬람 경전에 따르면, 시라트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워 오직 의로운 자만이 건널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제목처럼, 천국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여정을 보여준다. 특히 음악에 종교를 빗댄 시퀀스가 눈에 띈다. 이슬람 성지 메카를 도는 신자들의 모습과 사막속 클럽에서 벌어지는 레이브 파티를 교차편집하는 식이다. <시라트>에서 음악은 곧 종교이며 사막속 클럽은 성전이고, 음악을 즐기는 레이버들은 신도다. 올리베르 라세 감독은 사막 속 레이브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자가 아닌 실제 레이버들을 출연시켰다. 주연인 루이스와 에스테반을 제외한 출연자들은 연기 경력이 없다.
이들의 여정을 비추는 과정은 영화 <매드맥스>(2015), 충격적 반전은 <서브스턴스>(2024)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리는데, 이 과정을 ‘보기 힘들었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평단에선 ‘신선하다’ ‘2025년 최고 영화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시라트>의 한 장면. 찬란 제공 |
<시라트>는 올리베르 라세 감독의 네번째 장편영화다. 그가 연출한 장편 4편은 모두 칸 영화제에 초정됐다. 칸 영화제는 그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 느린호흡의 살아있는 영화 형태를 추구하는 감독”이라는 평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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