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코냑·데킬라 등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이 급격한 수요 둔화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주류업계가 재고 부담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특수에 맞춰 생산을 늘렸던 전략이 소비 위축과 맞물리며 업체들은 생산 중단과 함께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캄파리, 브라운포맨, 레미 코앵트로 등 주요 상장 주류업체 5곳이 보유한 숙성 증류주 재고는 총 220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한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FT는 이를 “역사적인 수요 침체의 결과”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코냑 업체 레미 코앵트로의 숙성 재고는 18억유로(약 3조원)로 연간 매출의 두 배에 육박한다. 디아지오 역시 재고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34%에서 2025년 43%로 급증했다. FT는 트레버 스털링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현재 재고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많다며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재고가 쌓인 배경에는 수요 예측 실패가 있다. 팬데믹 기간 주류 소비가 급증하자 업체들은 증류소 증설과 생산 확대에 나섰지만, 이후 고물가·금리 부담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며 고가 주류 소비가 빠르게 식었다. 여기에 건강·웰빙 트렌드 확산과 비만치료제 위고비·오젬픽 보급이 음주 감소를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체들은 가격 인하와 생산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LVMH의 헤네시 코냑은 미국에서 병당 가격을 45달러에서 35달러로 낮췄고, 일본 산토리는 켄터키의 짐빔 버번 증류소를 최소 1년간 폐쇄했다. 디아지오 역시 텍사스와 테네시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생산 축소가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제프리스의 에드워드 먼디 애널리스트는 “5~10년 뒤 특정 증류주 수요가 되살아날 경우 재고 부족이라는 정반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숙성 산업 특성상 지금의 선택이 미래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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